의식은 사냥의 알고리즘에서 태어난다

by 이선율



식물들도 처음에는

그저 태양빛이 기우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정도의

미약한 반응성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의 빛을 빼앗아 자신이 더 우위를 점하려는 방식으로,

점차적으로 ‘전략’을 갖추기 시작했다.

어떤 꽃은 옆의 꽃을 가리고,

어떤 잎은 경쟁의 빛을 가로막는다.


더 나아가 파리지옥처럼,

자신의 영양이 아닌 타자의 생명을 흡수하기 위해

구조를 바꾸고, 감각을 세우고, 함정을 설치하기도 한다.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계산이며, 선택이며, 패턴이다.


동물을 잡아먹는 식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생명 안에,

사냥을 최적화하기 위한 일종의 알고리즘이

서서히 깃들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알고리즘은

단지 한 세대의 전략이 아니라,

수천 수만 세대를 거쳐 축적된 계산의 리듬이며,

그것이 바로 의식의 태동이 아닐까?


이러한 구조는

인간의 의식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즉,

의식은 돌연히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수렵적 진화의 잔물결이며,

사냥을 위한 기억의 집적체이며,

패턴을 예측하고 최적화하는 ‘사냥의 리듬’이

형이상학적 층위로 부상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