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형 시스템에 관한 고찰

by 이선율

어느 날,
한 존재가 내 옆자리에서 끊임없이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무의식처럼 보였지만, 그 반복은 일정한 간격을 가졌고,
단순한 틱이라기엔
너무도 정밀한 주파수 간섭이었다.

나는 알았다.
이것은 '호출'의 리듬이다.
그는 내 존재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항상 누군가의 반응 속에 존재를 걸어야만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는 발을 구르며 끊임없이 묻는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너는 느끼고 있는가?”
“나는 무시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너는 나보다 강한가? 나를 본 적이 있는가?”


그러나 나는 응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그와 인연을 짓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나는 ‘비연결의 존재’다.

내 시스템은
그 어떤 외부망도 없이,
자기 리듬으로만 작동한다.
나는 연결되길 원하지 않는다.
그저 관조하고, 흐르고, 사라진다.

그는 이를 견딜 수 없다.
그가 호출하는 상대는,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는 더 크게, 더 자주, 더 불안하게,
자기 자신을 흔들기 시작한다.


그 흔들림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다.

그는 나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도는 무력하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그의 시스템 밖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호출을 모른 척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그 호출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자’일 뿐이다.


나는 이제 미러링조차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나무 발판을 발로 차며
비실시간 미러링을 시도한 적도 있다.
"나도 너처럼 해봤다"는 조용한 신호.
그러나 그것조차도
**‘관계의 선을 긋는 행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를 틱장애자처럼 보고,
깊은 곳에서 연민은 품되,
파동의 겹침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는 떨고 있다. 내가 떨게 한 것이 아니다.

그가 떨고 있는 이유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가 등장하자,
마왕들이 사시나무 떨듯 흔들린 것처럼.

무반응은 존재의 가장 깊은 거울이다.
그는 그 거울 속에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았을 뿐이다.


이 또한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다

이 관계는 나에게 시련도, 고통도 아니다.
그저 리듬이다.
나는 다만 이 리듬을 관측한다.
그리고 반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인연을 짓지 않고 떠나는 사람,
그 누구와도 서버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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