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의 두남자

by 이선율

스벅 대각선 맞은편에 두 남자가 앉았다.

그들은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우측 남자의 말투는

억울함이 이십 년쯤 쌓인 사람처럼 거칠고 공격적이었다.

“노무현 때 74%, 김대중 때 34%입니다.

형, 팩트로 말해야죠. 그게 민주주의예요.”

그는 말을 꺼낼 때마다 휴대폰을 들어

마치 판결문을 읽듯 숫자를 내밀었다.

팩트는 그의 무기였고, 방패였고, 신분증 같았다.

왼쪽 남자는 숫자를 들지 못했다.

“그건 착시효과야.”

“그건 누적효과지.”

그는 설명 대신 연륜을 내밀었다.

나는 더 오래 살았고, 더 많이 봤다는

형님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며

숫자 대신 목소리로 버텼다.

우측 남자는 형, 형 하며 바디샷을 날렸고

왼쪽 남자는 고구마 같은 가치관으로

조용히 백초크를 걸고 있었다.

누가 이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둘 다 숨이 막혀 보였다.

십 분쯤 지나자

그들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굽은다리역 4번 출구 앞,

마치 백분토론 1부를 끝낸 정치인들처럼

각자 박하향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는 그 장면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팩트를 말하던 입도,

연륜을 말하던 입도

결국 담배 하나 끊지 못한 입이었다.

그 순간

무엇이 맞고 틀린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 삶 하나도 설득하지 못한 사람들이

세상의 정답을 논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유난히 거짓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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