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by 이선율

우리 회사에

20년 전 다른 회사 동기가

3년 전 입사해 다니고 있다.

돌고 돌아,

우리는 다시 같은 조직에 있었다.


오늘 점심을 먹고 올라오는 길에

그가 말했다.

“난 부장 승진하고 싶지 않아.

부장되면 또 이상한 거 시킬 거고.

여기선 쥐죽은 듯 엎드려 있는 게

상책인 것 같아.”

나는 그보다

5년 먼저 이 회사에 들어왔다.


그리고 말했다.

“너 확실히 똑똑하다.

내가 8년 만에 깨달은 걸

너는 2년 만에 깨달았네.”

그와 헤어지고

혼자 올라오는 길에,

아주 오래 믿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 하나를

나도 체득한 것 같았다.


그리고 더 이상

그 말에 반감조차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헛헛했다.

불이 꺼진 사무실로 돌아와

의자에 기대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리고

13시가 넘어서야

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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