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by 이선율

s는 오늘 아침 늘 끼고 다니던 몽글몽글한 장갑을 세탁기에 넣어 두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까지 자전거를 타려면 장갑이 필요했다. 서너 벌쯤 사 두었던 장갑은 꼭 이럴 때만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가방에 넣어 두었던 검지와 엄지가 뚫린 다이소 장갑을 꼈다. 역까지 달리는 5분 동안 손끝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불꽃을 쥔 것처럼 따끔거렸다. 그는 핸들을 쥔 손가락을 최대한 안쪽으로 말아 넣으며 버텼다.

자전거를 거의 던지듯 세우고 3413번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을 때, s는 가방도 벗지 못한 채 등을 붙이고 눈을 감았다.

옆자리 노인은 빨대로 두유를 쪽쪽 빨고 있었다.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s는 어릴 적, 몸보다 큰 가방을 멘 채 출근하던 오십대 남자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늘 불편해 보였다. 왜 저렇게 많은 것을 메고 다니는지, 왜 가방을 내려놓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의 s는 몸도 마음도 닭가슴살처럼 담백하다고 믿고 있었다.

버스 안의 냉기가 조금 가라앉을 즈음, s는 실눈을 뜨고 차창을 보았다.

유리에 비친 얼굴 하나가, 무언가를 바리바리 들고, 불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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