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04_낙방
"형 4시 넘어야 결과 나올거예요"
이미 합격한 j가 메신저로 말했다.
시계는 15시 3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꾸 묻지마. 떨어지면 쪽팔리잖아"
16시 정각.
메일과 메신저, 팝업으로 결과 알림이 쏟아졌다.
한번의 링크 클릭으로 화면이 열렸다.
필기 77점, 실기 0점
합격점수에서 3점 모자랐다.
실습문제 10점은 시작부터 버린터였지만, 2주 넘게 준비한 시험이었다.
바로 재응시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오류창이 떴다.
[시험결과 발표 다음날부터 신청이 가능합니다]
쓸데없는 호의가 떴다.
s는 컴퓨터 화면을 껐다.
책상을 정리하고 가방을 쌌다.
인사 없이 퇴근했다.
1층으로 내려와 태블릿을 꺼냈다. 보안 검색 요원이 문제없다는 눈짓을 했다.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김영하의 신간을 다운받았다. 아까 점심때 구매해둔 터였다.
지나가던 h가 퇴근해? 물었다.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은 상대였지만 적으로 하기엔 피곤했다.
최대한 단답으로 답했다. 26층 가려고요. 도서관에? 라고 h가 다시 물었다. 네. 라고 답했다.
아 스트레스 받는다. h가 스트레칭을 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뭐라 호응해주고 싶지 않았지만 옆자리에 건너 앉은 사이였다. 힘내십시오. s는 짧게 내뱉았다.
26층 도서관에 앞자리 p가 전등도 안켠체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기가 뭐하여 손을 뻗어 p의 전등을 탁 눌러켰다. p가 뭐여 하는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s는 추가 대화를 하지 않기 위해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다섯칸 떨어진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 같으면 ai에다 대고 일기를 쓰고, 또 묻고, 나 오늘 어때 물었을텐데 묻지 않았다.
김영하의 신간이 아주 재밌지는 않았음에도 이상하게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