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26_순환
당근에서 산 이만 칠천원 회색 패딩 점퍼 왼쪽 깃에 희고, 누런 새똥이 묻었다. 출근 시간 1시간 동안 몰랐다. 19층 사무실에 도착해서 옷을 걸려던 순간 똥이 눈에 띄었다. s는 탕비실로 점퍼를 들고 달려갔다.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었다. 텀블러를 닦으라고 둔 수세미에 주방 세제를 한방울 쥐어짠 다음 박박 문질렀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틀어 두세번을 헹구어냈다. 사실 새똥인지 뭔지 정확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왼쪽 깃에만 그렇게 딱 손가락 만한 길이로 묻어있었다. s는 어디서 맞았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이 추운날 새가 날아가며 똥을 싸고 그것이 s의 왼쪽 깃에 정확히 맞춰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 s는 집문을 열고 나서면 자물쇠도 채워놓지 않은 구형 티티카카를 몸처럼 올라타고, 역으로 달려갔는데 그 달리는 동안 똥을 맞았다고 생각하니 그 확률이 더 아득해졌다. 구내식당에서 아침에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었다. 점퍼를 입은채로. 적어도 그때 새똥이 이미 묻어있었을것이다. 건물에 들어온 후 다시 나간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입으로는 음식을 퍼먹고 그 입에서 오센티도 안떨어진 왼쪽 깃에는 새똥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커피도 뽑아 마셨고, 오늘 아침엔 걸음도 여유로웠다. 뜨건 커피를 들고 아침밥의 든든함을 즐기며, 콧잔등에 와닿는 커피 숨결도 느꼈었다. 그때마다 새똥은 얼굴로 다가왔다 멀어졌다 반복했을 것이다. s는 그 여유로왔던 얼굴 왼쪽에 새똥이 묻은 상태를 상상했다. 얼굴에 묻은줄도 몰랐다면? 혹은 그걸 누구에게 묻혔다면?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뒤늦게 출근한 누군가가 탕비실에 들러 아침 커피를 마시기 위해 수세미를 집어들고 스벅 텀블러를 쑤셔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