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14 2만원치 친절
"선생님 오늘 커트 되나요?"
k역 한방삼계탕집 2층에 있는 남자컷 만오천원짜리 미용실에 다닌지 1년이 됐다. 미용사 y는 미리 카톡을 보내고 가지 않으면 매몰차게 오늘은 안된다고 돌려보냈다. 가끔은 머리를 감기며 목에 힘빼라고! 하며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s는 그런 모욕에도 이곳에 다니는 이유는 "잘어울리게 잘라주기 떄문"이라고 믿었다.
12시에 보낸 카톡은 2시까지 읽히지 않았다. s는 자전거를 몰아 그냥 눈에 띄는 곳에 들어갔다. 가게안엔 환기가 안된 냄새가 가득차 있었다. 중년 여성들에게서 풍기는 묘한 설명할수 없는 냄새가 거기 있었다. 미용사는 둘이었는데 둘다 네이버 프로필과 너무 달랐다. 삼십킬로 정도가 증량된 모습이었다. s는 네이버 예약에서 누른 "그래도 믿음이 가는 얼굴"의 선생님을 곧 불러주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그녀가 그녀였다.
미용사는 갑자기 목욕탕 키같은걸 말없이 내밀었다. s는 잠깐 멈칫했다. 알아서 옷 걸라는 말이었다. 중앙 세면대를 지나 커튼을 밀고 들어가자 사물함이 열두개 정도 놓여있었다.
"머리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녀는 건조하게 물었다. s는 앞과 뒤는 깔끔하게 잘라주시고요. 위는.. 이라고 말하는데 그녀가 "네. 깔끔하게" 하고 말을 끊었다. 윗통수 볼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s는 혀를 윗니 천장에 댔다. 자꾸 이런저런 말이 입안에서 터져 나오려 했다. 그냥 눈을 감았다.
그녀는 한 10분간 말없이 전동기로 머리를 밀어대더니, 어떠세요 말 한마디 없이 샴푸 하러 가실게요 라고 말했다. 의자에 앉자 샴푸는 전동기로 해드려요 라고 하더니 무슨 거대한 펌프같은걸 들어 머리에 짓눌렀다. 플라스틱 돌기 같은것이 좌우로 윙윙 소리를 내며 s의 머릿통을 휘젓고 다녔다. 서비스 인지, 수고를 덜기 위한 것인지 정확하지 않았다. 다시 깎은 자리로 가실게요. 라고 그녀가 건조하게 말했다. 걷어올린 전완근의 두께가 s보다 굵었다. s는 착한 학생처럼 발걸음을 빨리했다. 삐져나온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는 작업이 이어졌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 보았다. 옆과 뒤는 깔끔해져 있었다. 윗통수 볼륨을 좀 가볍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왁스냐 에센스냐 질문도 없이 "그냥 에센스로 마무리 해드릴게요" 하고 그녀는 하나의 공정을 마쳤다. 이만이천원. 한방삼계탕 2층집보다 7천원이 비썼다. s는 카드가 되냐고 물었다. 처음으로 그녀가 부드러운 표정을 했다 " 물론이죵~"
s는 소변을 보고 걸어나오며 아까 보낸 카톡을 다시 확인했다.
"선생님 커트되나요?" 문자 옆에 1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20대 여직원이 머리를 감겨주고, 외투를 입혀주고 계단까지 따라나오던 j헤어는
남자컷이 삼만오천원이었던게 기억났다.
저녁 6시 10분. 갑자기 카톡이 울렸다.
"6시 10분부터 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