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28

by 이선율

251228

날씨가 봄처럼 풀렸다. 부모님이 내려가는 날.


안사돈 어르신 빈소에 다녀왔다.


s는 허리가 아픈 아버지에게 침대와 장판을 내어주었다.

당근마켓에서 사둔 운동용 2단 접이식 매트를 꺼내 거실 바닥에 깔았다.

어머니 자리였다.


한겨울 내내 거의 틀지 않았던 온돌 보일러를 80도로 올렸다.


밤 11시.

아산병원 장례식장 9호실.


빈소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누나와 매형. 매형 누나 가족.

열 명쯤.


“사돈 바깥양반 이제 어떻게 살아요.”

“내일이면 저 사람 불속에 들어가야 하잖아요.”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말은 조용했고 표정은 비어 있었다.


어머니는 슬픔에 잠긴 것 같았고

아버지는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s는 첫 회식에 나온 신입사원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누나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오래 보지 않았다.


조카 준현과 민기는 키가 커져 있었다.

둘 다 s보다 덩치가 컸다.


매형이 아픈 상황에서

빈소에 서 있는 두 명의 경호원처럼 느껴졌다.


사돈 어르신은 가끔 이상한 말을 했다.


s 가족이 앉은 지 한참 뒤

갑자기 매형을 보며 물었다.


“우리 아들이에요. 어떻게 아세요?”


s 아버지가 말했다.


“내 사위 아닙니까.”


사돈 어르신은 갑자기 웃었다.


조금 뒤에는

벽을 보며 말했다.


“저기 뭐가 저렇게 뿌옇게 왔다 갔다 합니까.”


그리고 벌떡 일어나 식당 아줌마에게 같은 말을 물었다.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약속한 것처럼

다들 모른 척했다.


s는 문득 생각했다.


오십이 되었고

지금은 처도 자식도 없다.


그게 조금 가볍게 느껴졌다.


누군가와 오래 살고

그리고 헤어지고

또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


그 모든 과정이

큰 소음처럼 느껴졌다.


여름에 키우던 몬스테라가 떠올랐다.


베란다에 둘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지를 뻗던 화분이었다.

어느 날 통째로 들어 베란다 밖으로 던져버렸다.


흙이 툭툭 떨어졌다.


잠시 머물던 무언가가

끈을 끊고 돌아간 것 같았다.


밤 10시가 되자 부모님이 일어나자고 했다.

피곤한 얼굴이었다.


s도 피곤했다.


어떤 행정절차가 하나 끝나가는 느낌이었다.


나오는 길에 6호실과 5호실을 지나쳤다.


30대쯤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고인으로 모셔져 있었다.


저 사람들은 어떤 사연일까

잠깐 생각했다.


무인 정산기.


주차요금 6500원.


무료주차 등록을 물어보러 다시 들어갈까 잠깐 고민했다.


그만두었다.


번거로웠다.


평소 같았으면

천 원이라도 아끼려고 다시 올라갔을 것이다.


그날은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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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s는 부모님을 온돌이 켜진 서재방으로 모셨다.


거실 이케아 소파 위에 흰 매트리스를 깔았다.

초콜릿색 담요를 턱까지 끌어올렸다.


생각보다 겨울 이불이 많지 않았다.


어머니가 말했다.


“여기서 같이 자라.”


두 번 정도 말했다.


s는 거실로 나왔다.


“개안타. 거실에서 자면 된다.”


조금 짜증을 냈다.


베란다에는 다이소 뽁뽁이가 붙어 있었다.

틈 사이로 외풍이 들어왔다.


s는 충전기를 꽂았다.


그리고 담요를 머리까지 덮었다.


군대 침상에서

비슷한 담요를 덮고 자던 겨울밤이 떠올랐다.


슬픔보다는

피로가 컸다.


이층 아이는 조용했다.

쿵쿵거리지 않았다.


혹시 쿵쿵대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잠깐 생각했다.


고무망치로 천장을 두드릴까.


그러다 잠이 들었다.



---


새벽 세 시쯤.


한기에 눈을 떴다.


거실 바닥이 너무 차가웠다.


안방 문을 열었다.


아버지가 물었다.


“왜.”


“추워서 안되겠다.”


s는 매트도 없이 그대로 온돌 바닥에 누웠다.


어머니가 옆으로 몸을 밀었다.


“아까 여서 자라카니까이.

요기요기 머리 놔라.”


s는 아무 말 없이 등을 바닥에 붙였다.


열기가 등을 타고 올라왔다.


천호우성 낡은 아파트에서

이렇게 뜨거운 온돌이 나올 줄 몰랐다.


아버지

어머니

s


세 사람이

4평 방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온돌 바닥이 밤새 부글거렸다.


어머니가 말했다.


“방이 응간히 뜨시네.

나는 또 한옥집처럼 춥을 줄 알았다.”



---


다음 날.


s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초밥을 먹으러 갔다.


홈플러스 지하.

쿠우쿠우 강동점.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


동서울터미널.


14시 10분.


버스가 출발했다.


s는 갑자기 급하게 화장실로 뛰었다.


급똥이었다.


뷔페 음식과 긴장이 섞인 설사였다.


야외 화장실에서

물처럼 쏟아졌다.


몸이 갑자기 피곤해졌다.



---


집에 돌아오자

s는 온돌방에 누웠다.


전기담요를 켰다.


저녁 7시까지 잤다.


비가 온 것 같았다.


샤워를 했다.


구형 자전거를 타고 스타벅스로 갔다.


더블 에그 샌드위치와

디카페인을 마셨다.


옆자리 50대 남녀가 주식 이야기를 했다.


노름판 같은 목소리였다.


웃음이 끈적했다.


s는 말없이 노트북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


ai 철학 글도

책도 읽지 않았다.


그냥 3인칭 일기를 썼다.


머릿속에서 이야기들이 계속 흘러나왔다.


꼬르륵 꼬르륵.


김영하 작가 얼굴이 떠올랐다.


저 사람처럼 살면

나와 맞을지도 모른다.


유명해지지 않아도 된다.


하루를 쓰며 살 수 있다면.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잘 내려가셨어요.”


“어.”


“서울 비 왔어요.”


“그래.”


“나는 스벅이에요.”


“그래 쉬어라.”


전화가 끝났다.


주말 하나가

끝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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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22분.


s는

28일 하루를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