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30 3도 인사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사무실 불이 꺼져 있었다.
s는 늘 하던 대로 의자에 목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한 30분쯤 잔 것 같았다. 자는 동안 누가 물걸레로 목과 뒤통수를 닦아놓은 듯 뻐근했다. 눈을 뜨자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누구 거고, 이건 누구 거고.”
스벅 딜리버리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종이컵 뚜껑 부딪히는 소리와 비닐봉투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거 디카페인은?”
여자 목소리가 잠깐 멈췄다.
“이거는 저기… 저기, 저기…”
진짜 이름이 생각 안 난 건지, 부르기 싫은 건지, 거기서 말이 끊겼다.
s는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등을 의자에서 떼고 화장실 다녀온 사람처럼 터벅터벅 걸어가 자기 컵을 들고 돌아왔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여직원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녀는 인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각도로 고개를 조금 꺾었다. 한 3도쯤 되는 각도였다.
s도 왼쪽으로 2도쯤 고개를 기울였다. 인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신호가 공중에서 잠깐 부딪혔다가 흩어졌다.
s는 자리로 돌아와 책을 펼쳤다.
글자는 눈에 들어왔지만 문장은 잘 이어지지 않았다. 며칠 전 워크숍에서 그 여자가 야생동물처럼 눈을 맞추고 있던 장면이 잠깐 떠올랐다. 한 번 무례하면 두 번은 없다고, s는 다이어리에 볼펜으로 눌러 썼다.
최소반응.
역할로 대응.
설명, 설득, 증명, 기대 없음.
볼펜 끝이 종이를 세게 긁었다.
오른쪽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프로님, 쿠키 드세요.”
s가 고개를 돌렸다.
그 여자가 스벅 쿠키를 손에 들고 서 있었다. 하트 모양이었다. 가장자리에는 설탕이 조금 묻어 있었다. 방금까지의 3도 인사와는 다른 얼굴이었다. 망설이다가 내민 것처럼 손끝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s는 순간 거절 문장을 몇 개 떠올렸다.
괜찮습니다.
프로님 드세요.
저는 과자를 안 먹어서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피곤하게 느껴졌다.
s는 손을 뻗었다.
“그럼 전 반만 먹을게요.”
쿠키를 반으로 부러뜨리자 가루가 책상 위와 바지 위로 흩어졌다. 하트는 예쁘게 갈라지지 않았다. 한쪽은 크고, 다른 쪽은 작았다. 거의 7대 3이었다.
“그냥 다 드셔도 되는데.”
그 여자가 말했다.
이번엔 눈을 피하지 않았다.
s는 큰 쪽도, 작은 쪽도 아닌 애매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버터 향이 먼저 올라왔다. 너무 달았다. s는 자리 위에 놓인 디카페인 컵을 들고 뜨거운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혀끝이 데는 느낌이 났다.
그 여자는 잠깐 더 서 있다가 돌아갔다.
뒤돌아가는 어깨가 가벼워 보였다.
s는 책으로 다시 시선을 내렸다.
커피 컵 옆에는 3도쯤 기울어진 하트 조각이 남아 있었다.
사무실은 여전히 어두웠고, 각자 자리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낮게 이어졌다.
s는 남은 쿠키를 한 번 봤다.
먹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