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도 안된걸!

260329

by 이선율

260329 한달도 안 된 걸!


명일역 횡단보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s의 왼편에 한 가족이 섰다. 아버지는 나이키 이니시에이터에 청바지를 입었다. 뒷머리에는 큰 가르마가 나 있었다. 소파의 딱딱한 등받이에 오래 눌린 자국 같았다. 가르마를 중심으로 머리카락이 11시와 2시 방향으로 벌어져 있었다.


그 뒤에 검은 후드티를 입은 여자 중학생이 섰다. 한참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오른쪽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는 길게 늘어져 있었고 핸드폰은 3분의 2쯤 밖으로 나와 있었다.

핸드폰이 미끄러져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졌다. 딱 소리가 났다. 전면이 바닥에 닿았다.


동시에 오른쪽에 서 있던 단발머리 여자가 여중생의 등을 때렸다.

짝 소리가 났다. 여중생은 왼쪽으로 밀려 비틀거렸다. 그러면서도 허리를 굽혀 핸드폰을 주웠다.


“한달도 안 된 걸!”


아버지가 뒤를 돌아봤다. 딸이 아니라 s를 봤다.

s가 가만히 보고 있자 아버지는 길 건너 투썸플레이스 간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뒤에 있던 뚱뚱한 아들도 s를 봤다. 엄마도 s를 봤다. 딸만 s를 보지 않았다.


핸드폰 전면을 한 번 보고 다시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아까처럼 3분의 2쯤 걸쳐 있었다.

엄지손톱 끝에 흰 가루가 일어나 있었다. 딸은 손톱 끝에 후 하고 바람을 불었다.

그리고 앞에 서 있던 아버지의 등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손바닥이 점퍼 등을 천천히 쓸었다.

딸은 아버지 등에 코와 입을 묻었다. 아버지는 돌아보지 않았다.


파란불이 들어왔다. 아버지가 먼저 걸어갔다. 아들도 둘을 보지 않고 걸어갔다. 엄마는 딸을 노려보며 걸었다. 딸은 손톱을 보며 걸어갔다. 주머니 밖으로 핸드폰이 덜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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