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백원

260331

by 이선율

260331 구백원


s는 커피가 당겼다. 공원 후문 커피숍은 아아 한잔에 사천 팔백원을 받았다. s가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목소리 톤이 높은 여자가 와하하 웃으며 한 남자와 들어왔다. 여자는 오빠가 커피 사, 하더니 앜 근데 여기 커피 왜 이리 비싸, 하며 또 웃었다. 남자는 웃지 않았다. s는 턱 아래쪽에 힘이 들어가며 풉 소리가 나오려 했다.


s는 메뉴판을 내려놓고 길을 건넜다. cu편의점 문을 열었다. 알바에게 아아 한잔 먹을게요, 라고 말했다. 알바는 천원이요, 라고 건조하게 말했다. s는 파란 얼음컵을 집어 들고 비닐을 뜯어냈다. 알바가 돌아보며 엑스라지 버튼요, 라고 말했다. 따아는 라지 버튼인데 아아는 엑스라지 버튼이라 s는 잠시 헷갈렸다. 엑스라지 버튼을 누르자 과아앙 소리가 나며 커피추출기에서 원둣물이 쪼르르 두 줄기로 떨어졌다. 얼음이 까락까락 소리를 내며 원둣물에 꿰뚫렸다. 금세 얼음컵 가득 커피가 차올랐다. 티멤버십 할인을 받아 구백원이었다.



s는 롯데캐슬 쪽으로 크게 돌아 회사로 걸어갔다. 앞쪽에 여자 네 명이 걸어갔다. 네 명이 일렬로 서자 길폭이 가득 찼다. 그중 한 명은 컨버스를 신었는데 발이 유난히 작아 보였다. s는 보폭을 조금 넓혀 그녀들을 추월했다. 그녀들은 왼편으로 꺾으며 새로 생긴 빵집으로 들어갔다. 직접 구운 빵과 커피를 내어주는 곳이었다. 층고가 높고 안쪽은 어두웠다. s는 아까 커피숍에서 들은 여자의 웃음소리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