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애의 끝에서
가지고 싶은 것은 가지지 못해 괴롭고,
가지면 잃을까 두려워 괴롭다.
생각 하나, 마음 한 뼘이 오고 갈 때마다
그 자리에서 천당과 지옥이 피었다가 사라진다.
사랑하였다던 이름들도
시간과 상황이 지나면
풀 한 더미, 흙 한 줌과 다를 바 없어지고,
외로운 이들은 목마른 심정으로
사찰과 교회를 떠돈다.
세상사, 인간사라 하지만
내가 증오했던 괴물도,
내 손끝에 간절했던 정인(情人)도
흔들리는 내 마음이 빚어낸 형상일 뿐.
그렇다면, 저 멀리 허름한 교회에 매달린
십자가의 예수는 무엇인가.
산골짜기 구석에 쳐박혀 녹슬어가는
황동 부처는 또 무엇인가.
그것들은 흔들리는 마음이
붙잡으려 했던 마지막 구심점일 뿐.
우리는 모두 목이 마르다.
갈애(渴愛)의 고통은
어디엔가, 어딘가에,
더 나은 곳, 더 나은 사랑, 더 나은 내가 있을 거라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목마른 심정으로 찾는 모든 것은
결국 고통으로 끝맺는다.
지금 이 자리, 지금 이 순간이 아닌 것을
찾고 바라기에
지금 가진 모든 것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강물은 흘러가고,
들풀은 피었다가 스러질 뿐.
나는, 오늘도 내 이름을 내려놓는다.
나를 증명하려는 애씀도,
더 나은 것을 좇는 갈애도,
그저 강물처럼 흘려보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