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0-마음가짐

생각 바꾸기

by 송사리

어제 글을 쓰고 한참을 멍때렸다. 버티는 게 답이란 걸 알고 있지만 자신이 없었다. 맥주만 벌컥 들이켰다. 술기운 덕일까. 무작정 이 회사에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DM을 보냈다. 아, 친구가 아니라 선배지 참.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 몸만 다쳐."

답장이 왔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다. 사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닌데 내 처지를 훤히 꾀고 있다니. 역시 선배구나. 아무튼 그 순간, 각각 따로 놀고 있던 이성과 감성이 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맞다. 나는 잘하지 못하는 걸, 잘하려고 애쓰느라 넋이 나가고 말았다. 그럼 다른 결정이 필요한 것이었다.


생각을 바꿔먹기로 했다. 설령 내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4주는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그럼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자. 마침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는 선배와 함께했던 점심 자리가 떠올랐다. 내가 서류 지원할 때 '프리미어 프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기재한 걸 기억하고 계셨다. 나도 까먹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실무진 면접에서도 영상 경력에 대한 질문을 받았었다. 이미 회사는 나를 어떻게 써먹을지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것도 모르고 맨 땅에 헤딩만 하고 있었다.


그럼 이 분야 능력을 어필해보자. 솔직히 회사 다녀도 언론사 지원 하긴 할 생각 아닌가. 괜히 퇴근만 기다리지 말고,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 다 해보자. 그게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이고,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 생각을 바꾸니까 그간 없던 열정이 조금씩은 피어올랐다. 막힌 혈로 몇 년을 살아 온걸까.


이런 나의 다짐을 팀장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내가 딴 맘 안 먹고 해볼 수 있으니까. 열심히 해보겠다는데 팀장도 말리진 않을 테고. 반나절을 고민해 A4용지 한 장을 다 채운 장문의 카톡을 완성했다. 글씨 크기 정확하게 10포인트로. 힘들다는 말을 다르게 늘여 쓰느라 고생 좀 했다.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엔터. 숫자는 지워졌는데 답이 오질 않았다. 혹여나 노여움을 산 건 아닐까. 월요일에 나오지 말라고 하면 어떡하지. 심장이 급격히 수축되면서 긴장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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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독서실에서 펑펑 울 게 하다니. 팀장이 멋있어도 너무 멋있어서 짜증났다. 간절함 없이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했는데도 좋게 얘기해주다니. 역시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팀장한테 미안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 내 스스로도 전역일 기다리는 기분으로 시간 보내면 억울하니까.


흔히 말해 나는 "물이 반이 남았네"보다는 "물이 반 밖에 안 남다니"라고 말하는 유형이다. 어떻게든 부정적인 부분만 끄집어내서 생각한다. 근데 사람 일,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하루다. 매사에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서 나한테 도움이 될 방법을 찾아보자. 그럼 길이 보인다. 그러려면 다시 발표 준비하러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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