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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Mar 28. 2019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잠깐의 쉼표를 주는 건 어떨까,


이전에 이 시대의 청년의 자화상을 다뤘다는 영화를 보고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과연 그 영화를 보고 지금 나의 삶을 고단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할만한 청년이 몇이나 될까. 그 영화를, 그 이야기를 보고 내 모습을 빗대어 생각할 만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는.
두루뭉술하게 이입도 되지 않는 화려한 생활에 기대어 멋지게 풀려고 하면 시궁창 같은 현실은 오히려 더 초라해질 뿐.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직설적인 제목만큼 이야기도 현실적이다.
초조하게 휩쓸려 취업한 청년이 전쟁 같은 직장에서 몸도 마음도 멍든 채 그저 정교하게 짜인 기계 속 부품처럼 살아가는 이 시대의 나 혹은 나의 가족 아니면 친구의 자화상이다.
누군가의 왕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의 고단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생활.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지만, 질식할 것 같은 겉치레와 거짓 웃음 속에서 상황을 판단할 힘도 분별력도 없이 발을 떼지도 붙이지도 못하고 치열한 생존법을 익히며 살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옛 친구에게 진짜 나를 찾는다는 설정. 물론 조금 과장되고 억지스러워 보일 수는 있으나, 이것이 현실이고 진부하지만 가장 필요한 위로가 아닐까 한다.
아군인 척 적군뿐인 진흙탕 싸움은 티브이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옆 네모 반듯한 사각형 안에서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무엇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 당신에게 무작정 잘 하고 있다, 잘 버티고 있다는 말보단 잠깐의 쉼표를 주는 건 어떨까, 숨 한번 크게 쉬고 오로지 자신을 위한 선택지를 작성해보라 말하고 싶다. 함께 떠들어야 할 상대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 걸어달라고, 옆에 있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내어줄 어깨도 대기하고 있다고. 그게 언제든 나만큼 소중한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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