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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Apr 13. 2019

알다가도 모를 인생



4월. 혼 빠진 아침 지하철, 공기를 가르고 ‘띠링’ 알림음이 울린다.
2014년, 4월의 추억을 감상하란다. 아 맞네, 나 4월에 스페인에 있었지.
그게, 2014년이었구나. 사진을 보며 그때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전화번호를 외우는 사람이 없어졌듯, 인공지능이 영역을 넓힐수록 사람들의 기억도 사라질까? 다음달엔 또 어떤 추억을 알려줄까싶기도 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사진 속 나는 참 자유롭고도 행복해 보이는구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다시 카메라롤에 저장한다. 지금의 내 모습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아닌가, 사실 잘 모르겠다. 외형적으론 별 차이가 없어보이긴 한데... 마음가짐이 달라진걸까? 이번주는 새로운곳에 적응하느라 진을 뺐다. 성과 주의의 집약체에서 만나게 된 한 아주머니와 식사를 하며 어제 몇 시에 돌아가셨냐 물으니, 1시 반이라는 대답을 듣고 네? 라고 내가 들은게 새벽 1시 반인것인지 확인만 여러번 할 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길이 너무 서러웠던가. 집에 들어가 남편이 들을까 몰래 눈물을 훔쳤다는 말이 내내 나를 괴롭혔다. 너무 알것 같은 그 심정에 마음이 시큰거린다. 무엇보다 불합리한 상황에도 별다른 조치를 세울 수 없는 상황 또한 그저 먹먹할 뿐. 그 사이에 옆에 있던 어린 친구가 자기는 24살이라며 나의 나이를 묻는다. ‘어 저도 넷이예요. 서른 넷.’ 평소에도 나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왔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후  PDF가 구워지길 기다리는 모니터 앞에서 불현듯 자각했다.
잠깐, 뭐라고? 그 친구 24살이라고? 나랑 10살이 차이가 난다고?? PDF가 성공적으로 구워졌다고 모니터를 꽉 채워 뜨는 사이 머리속 모든 생각이 휘리릭 날아간다. 무겁게 나를 짓누르고 있던 많은 생각도 그 곳, 모니터 앞에 앉으면 수증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발했다. 정말 불합리하지만, 다행이란 생각도 잠깐 들었던 럭키한듯 언럭키한듯한 일주일이 호로록 지나갔다.


#에세이 #알다가도모를인생 #의식의흐름
#세비아 #스페인광장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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