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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언 Mar 02. 2022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2)

#2. 메콩델타 껀터(Can Tho) 여행

껀터 여행 2일 차

N의 외갓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점심까지 챙겨 먹고 껀터 시내로 이동했다. 시내라고는 하지만 강변에 줄지어 자리 잡은 호텔이나 크루즈를 제외하고는 관광도시처럼 보이지 않는 조용한 곳이었다. 강변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호텔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아이들은 야외 수영장으로 내려갔다. 흙탕물이 아닌 깨끗해 보이는 수영장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신나게 물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하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고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 물에서 놀았다. 남자아이들의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동안 잠시라도 쉬고 싶었던 세 엄마는 빗속에서 노는 아이들을 말리지 않았다.  재밌게 놀고 잘 씻고 잘 말리면, 감기 걸리진 않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다.

비 오는 날 수영하기


남자아이들을 실컷 놀리고 슬슬 배가 고파져서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비가 와서 한창 차분해진 공기 느끼며 연꽃 모양의 조형물도 보고, 다리도 건너며 강변을 산책하다 도착한 곳은 유람선 선착장이었다. 빼놓을 수 없는 기념사진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찍고, 유람선에 올랐다.


유람선 선착장으로 가는 길


망고 샐러드와 해산물 볶음밥, 해산물 볶음면, 프렌치프라이 등을 시켜서 먹은 후 아이들은 신나게 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에 관대한 이유도 있겠지만, 누구도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신나서 목소리가 커져가자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돌아다니는 신난 아이들은 이내 강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구경하고 있자니 차분해졌다.


유람선에서 본 껀터 야경


껀터 여행 3일 차

- 까이랑 수상 시장(Chợ Nổi Cái Răng)

아이들의 상태가 이상했다. 아이들이 아침부터 계속해서 토를 하기 시작했고, T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D는 어제 배에서 먹은 해산물이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우리 아이들은 해산물을 거의 먹지 않아서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지만,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토를 하니 표정이 안 좋아졌다. 주말이라 문을 연 병원도 없었고, 좀 쉬면 괜찮아질 거라는D와 T의 말에 우리는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까이랑 수상 시장(Chợ Nổi Cái Răng)이었다. 껀터에서 하룻밤을 숙박해야 새벽부터 열리는 수상시장을 볼 수 있다. 여행사 껀터 투어 프로그램에 1박이 포함된 이유가 바로 이 수상시장 때문인데, 미토에서 출발하는 당일치기 메콩강 투어에서는 수상시장이 없었다. 숙박 일정이 부담스러워 가보지 못했던 곳인데 현지인 친구 덕분에 말로만 듣던 수상 시장을 가보게 되었다. 수백 명의 행상들이 배를 타고 다니면서 채소와 음식, 음료를 팔고 있는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침에 야단이 나는 바람에 아침을 제대로 못 먹은 엄마들은 배를 불러 국수를 주문해 주었다. 털털거리는 배 위에서 국수 한 그릇을 뚝딱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카이랑 수상시장 (Chợ Nổi Cái Răng)
주소: 46 Đường Hai Bà Trưng, Tân An, Ninh Kiều, Cần Thơ, 베트남
https://g.page/CaiRangfloatingmarket?share


- 과수원 섬(Fruit garden)

메콩강 지역에 과일이 많이 생산된다고 하더니, 과일 체험을 할 수 있는 섬은 메콩강 투어에 필수인 듯했다. 과수원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코코넛, 구아바, 파파야 나무들이 정원처럼 잘 심어져 있었다. 과일나무들을 보며 보며 일행을 따라가고 있는데, 아이들이 Mr.A를 외치며  웬 서양 남자를 따라갔다. 알고 보니 학교 도서관 선생님이 베트남 부인과 함께 껀터를 방문한 것이었다. 평소에도 도서관을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대해주시는지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선생님과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이것 또한 방학이 끝나면 아이들의 모험담 중 하나가 될 것 같았다. 아이들은 가지고 온 물총으로 물총 싸움도 하고 나무에 물도 주면서 놀았다. 아프던 아이들도 컨디션을 회복한 모양인지 신이 나서 나무 사이를 뛰어다녔다.


- 기념품 섬


미토에서 출발하는 배는 과일/마차 체험, 코코넛 활용, 식당, 구룡 공원 섬의 순으로 다녔는데, 우리가 탄 배는 기념품을 파는 섬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라이스페이퍼와 쌀국수를 만드는 시연을 볼 수 있었다. 각종 코코넛 제품과 쌀국수, 메콩강 기념품을 파는 그곳에서 나는 코코아 와인을 샀다.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뒤끝 있는 술보다는 도수가 세더라도 숙취가 없는 술을 선호하는 편이다. 코코아 와인을 시음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작은 잔에 와인을 따라 주었는데, 깨끗한 맛이었다. 그 한 모금에 술이 올라와 얼굴이 또 빨개져서는 기분 좋게 남은 섬 투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시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왔다. 기력을 회복한 듯싶었던 아이들은 다시 컨디션이 나빠졌다. 노는 동안은 신이 나서 아픈 줄도 몰랐던 모양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약국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병원이 문을 열지 않았지만, 문을 연 약국은 있었다. 엄마들은 생생수와 소분된 엔테로제미나를 여러 개 사서 돌아왔다. 찾아보니 엔테로제미나는 바실러스가 포함된 유산균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아이들이 토하거나 설사를 할 때 이 약을 먹이면 괜찮아진다고 D가 알려 줬다. 나도 만일 사태을 대비해 사진을 찍어두었다. 의사 처방 없이 항생제나 약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데, 이 날은 그 덕을 본 것 같다. 약을 먹은 후 아이들은 차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 루아 넵 리조트 레스토랑(Lua Nep Resort Restaurant)

아침부터 서두른 덕분에 호치민으로 돌아가는 길에 예쁜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게 되었다. 이틀 동안 다녔던 곳이 소박한 곳들이어서 점심도 그런 곳에서 먹게 되려나 생각했었는데 깔끔하고 아름다운 곳이어서 놀랐다. 강변에 자리 잡은 이 식당 또한 각종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로 만든 음식이 주메뉴였다. 베트남에서는 여럿이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 여러 메뉴를 시켜서 같이 나눠먹는 게 일반적이다. 개인 메뉴보다는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 위주로 선택하는 것이 훨씬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아이들을 위한 죽과 생선 튀김, 익힌 채소와 생선 찌게까지 다양한 메뉴를 시켜서 먹고 n분의 1을 해서 금액을 나눴다. 여행의 모든 비용은 n분의 1로 나눠서 냈다.


리조트가 예뻐서 점심을 먹은 후에도 우리는 한참을 거기에 머물렀다. 엄마들은 사진을 찍느라 바빴고, 아이들은 대나무 다리를 건너고, 그네를 타며 뛰어놀았다. 정원식으로 되어 있는 장소라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고, 나무들이 많아 그늘이 져서 덥지 않아 좋았다. 기회가 닿는다면 껀터에서 호치민으로 오는 길에는 다시 한번 이 식당을 방문하고 싶을 정도였다.



Lua Nep Resort Restaurant  
주소: Khu bãi bồi, p. Cái Khế, Lê Lợi, Cái Khế, Ninh Kiều, Cần Thơ, 베트남
https://goo.gl/maps/nLdDCVDz7zRym55k8



껀터 여행을 마치고

첫날 새벽에 출발해 셋째 날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호치민으로 다시 돌아왔다. 3박 4일 같은 2박 3일을 꽉 채워서 보내는데 든 돈은 250만 동이 채 되지 않았다. 세 가족이 n분의 1을 하기도 했지만, 껀터가 고향인 D가 계획을 잘 세워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이 여행하는 경우 여행 가이드 금액부터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종종 있고, 우리도 당한 적이 있다. 어디를 가든 여행자에 대한 바가지나 속임수는 존재하는 것 같다. 현지인 친구와 여행을 하다 보면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경험을 하곤 한다. 현지인 친구가 있고, 기회가 닿는다면 가능한 현지인 친구와 많이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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