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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언 Jan 05. 2023

숲과 호수, 바다가 있는 곳, 호도타 리조트

#1. 호도타 리조트 (Hodota Resort)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으로 하늘길도 막히고, 학교 가는 길도 막혀버렸다. 5개월의 홈러닝 끝에 찾아온 6주간의 등교를 마치니 다시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호치민에서 살게 되면서 첫 해를 빼곤 매년 여름방학에는 한국에서 시간을 보냈었다. 한국에 있었으면 손자들이 예쁘게(?) 크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셨을 양가 부모님들께 아이들과 함께 하실 시간을 드리기 위함이다.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도 여름방학은 한국에서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새로운 곳을 탐방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물론 나도 아이들을 어른들께 맡기고 내 일들을 봤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코로나 때문에 이번 여름방학에는 한국에 못 가게 되었다. 

긴 여름방학을 호치민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호치민에서 여름방학 나기 

© davidvives, 출처 Unsplash

지금까지 여름방학 스케줄은 단순했다. 한국에 머무는 기간 중 절반은 수원 시댁, 나머지 반은 거창친정에서 지내면서 여기저기 놀러 다녔으니까. 하지만 여름방학을 호치민에서 머물게 된 이상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방학계획을 세워야 했다. 우선 8주 가까운 시간을 아들 둘과 하루종일 함께 지내다 미쳐버릴지도 모를 엄마의 정신건강을 위해 6주간의 서머캠프를 등록했다. 일단 평일 오전 스케줄과 점심 준비에서 해방되었다. 문제는 주말이었다. 주말에는 방학=여행이라 생각하는 아들 둘을 위해 어딘가 가야만 했다.     


해외로 나가기도, 베트남으로 돌아오기도 힘들어졌다. 베트남 정부가 국내여행을 장려한 덕분에 공항 국내선은 엄청 붐볐다. 나 역시도 달랏을 갈까 하던 차에, 여행객이 몰려서 주말에 교통체증까지 발생했다는 뉴스에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 가고 싶은 마음은 싹 달아났다. 7월에 발발한 다낭 코로나 발발 때문에 다낭 외 다른 여행지의 요금이 주말새에 두배로 뛰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무엇보다 코시국 상황에서 사람들이 많은 곳은 꺼려졌다. 결국 우리는 자동차로 갈 수 있는 호치민 근교인 붕따우 근처로 여행하기로 정했다. 

 


멜리아? 카멜리나? 호도타! 

붕따우(Vung Tau)는 호치민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으로 승용차나 밴, 페리로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붕따우 해변보다는 그 근방인 롱하이나 호짬을 선호한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잘 간다는 멜리나, 그랜드호짬리조트와 베트남 엄마가 추천해준 카멜리나 호텔리조트를 검색하다 보니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호도타 리조트란 곳을 추천해 주었다. 호도타 리조트는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베트남에서 오래 사신 분께 여쭤봐도 들어본 적 없는 곳이라 하셨다. 가본 적 없는 곳이라 불안하긴 했지만, 페이스북에 올려진 사진들이 제법 괜찮아 보여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붕따우 해변과 호도타 리조트(출처: Google map)


호도타 리조트는 호수와 숲, 해변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리조트였다.  호수 주변에 우거진 숲 사이로 독특한 모양의 오두막 같은 숙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글램핑이나 캠핑할 수 있는 공간도 보였다. 호수 옆으로 난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해변에 닿게 된다. 지도상으로는 작은 농장과 미니 동물원이 있다고 하니, 동물을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는 더할 나위가 없어 보였다. 팬데믹 이전에는 팀빌딩, 워크숍, 해변파티 같은 후기나 사진들이 페이스북에 올라와있었지만, 팬데믹 이후로는 가족 단위의 소모임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붕따우 시내가 아닌 곳에서는 식당 찾는 게 힘들다던데, 리조트 내에 식당도 있어서 비상식량을 챙겨가면, 2박 3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에게 숙소 사진을 보여줬더니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호도타 리조트 예약하기  

출처: 호도타 리조트 페이스북 페이지 

일단 페이스북에 있는 메신저 연락처로 숙소 예약을 시도해 봤다. 외국인들이 잘 가지 않은 리조트 시설인지, 영어로 문의를 하자 오랜 시간 침묵이 흘렀다. 소리 없는 아우성 끝에 영어를 잘하는 호치민 사무소 직원이랑 연락이 닿았다.  

호도타 리조트는 1 인용부터 가족 단위가 머물 수 있는 숙소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2박 3일 일정으로 가족여행을 계획했지만, 애들 아빠가 하루 늦게 합류하게 되어 첫날은 2-3인용 숙소, 두 번째 날은 가족 숙소로 예약하기로 했다. 매일 방을 옮기는 게 귀찮을 수도 있지만, 다양한 숙소를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과 겨우 2박이니까 할만할 거라는 생각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숙소와 함께 식사, 액티비티도 미리 예약해야 했는데, 식사 및 모든 시설 이용료가 포함된 콤보 상품으로 예약했다. 호수와 바다 외에도 카누, 집라인, 낚시, 농장체험, 사슴농장 등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모두 포함된 상품이었다. 식사가 베트남식으로 제공되는 게 걱정되었지만, 북부지역 여행 이후로 베트남 음식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어져서 괜찮을 것 같았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햇반과 김은 따로 챙겼다.  계약금도 내고, 예약도 확정되어서 이제 가기만 하면 되는데 왜 불안할까? 두근두근. 


이상과 현실? 호도타 리조트의 실체 

* 여행기간: 2020년 8월 6일 ~ 8월 8일(2박 3일) 

* 여행지: 호도타 리조트 + 빈차우 온천  


리조트로 가는 길인 개발 중인 지역이라 그런지 길이 맞나 싶을 만큼 황량했다. 이런 곳에 정말 리조트가 있을까 의심하려던 순간 다행히 리조트 간판이 나타났다. 구글맵에서 호도타리조트는 호치민 2군에서 차로 2시간 40분 걸린다고 예상했던 길을 우리 기사는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해 버렸고, 우리는 얼리체크인 시간보다 더 이른 오전 11시쯤 체크인을 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첫날은 버드하우스, 둘째 날은 레이크하우스로 예약했는데, 버드하우스 주변에 수영장 공사 중이라 시끄럽다고 추가비용 없이 레이크하우스 2박으로 변경해 주었다. 버드하우스는 2-3인실이지만, 레이크하우스는 3-4인실이라 레이크하우스가 더 비싸다. 물론 그들의 사정으로 인한 변경이라 추가비용이 없는 게 당연하지만, 베트남에서 이런 서비스는 처음이라 낯설었다.  

호수 위 다리 너머로 보이는 물 위에 있는 집이 우리 숙소라고 하니 아이들은 신나서 다리를 건넜다. 호수를 보자마자 낚시하고 싶다고 하길래, 리셉션에 이야기해서 낚싯대부터 두 대랑 플라스틱 의자를 빌려 낚시터 분위기를 냈다. 호수에 사는 물고기들은 초보 낚시군이 우스웠는지 미끼만 먹고 가버렸다. 그래도 2박 3일 내내 낚싯대를 집 앞에 두고 있으니 제법 휴가 분위기가 났다. 레이크하우스는 실내도 깨끗한 데다 에어컨도 있어서 제법 쾌적했다.

호수 옆길을 따라가다 보니 해변으로 연결된 길과 클럽하우스가 보였다. 머무는 동안 아침식사는 여기서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음료수도 먹고, 고양이랑도 놀다가, 모래찜질도 하고 해변도 걸으니 한적하니 좋았다.  해변을 우리가 전세 낸 것만 같았다. 


여기까진 예상보다 좋았던 부분이었다. 호수와 바다 외에도 카누, 집라인, 농장체험, 미니동물원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고 했는데, 그 실체는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카누는 오래돼서 물에 잠길 것만 같았고, 집라인은 호수 건너편에 출발해서 호수로 빠지는 코스였다. 농장이라기 애매한 비닐하우스와 바나나나무, 텃밭 등이 있었고, 미니동물원은 사슴만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은 매일 아침 사슴을 보러 킥보드를 타고 리조트를 누비고 다녔다. 


제일 당황했던 부분은 의사소통 문제였다. 예약할 때 영어로 응대했던 그 직원은 역시 호치민사무소 직원이었고, 리조트 내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전화를 해서 뭘 물어보면 알아듣지 못하고, 직원이 레이크하우스로 찾아왔다. 결국 내 짧은 베트남어와 구글번역기로 머무는 동안 의사소통을 해야 했는데, 영어 불통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친절했다. 전혀 귀찮아하지 않고 레이크하우스와 리셉션을 오가며 우리가 불편하지 않게 도와줬다. 

호도타 리조트에서 먹은 아침, 점심, 저녁(같은 날 아님 주의)


식사도 예상보다 좋았다. 체크인을 할 때 식사 메뉴를 골라야 했는데, 대충 느낌으로 끼니마다 다른 메뉴로 주문했다. 아침은 바닷가 쪽에 클럽하우스에서, 점심과 저녁은 로컬 식당에서 먹었는데 제법 그럴듯하게 나왔다. 특히 둘째 날 저녁에 따로 주문한 바비큐는 가성비도 좋았고, 무엇보다 재료가 신선했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아침 산책을 하고, 낚시도 하고, 바닷가도 거닐면서 2박 3일을 보냈다. 샤워를 하기가 힘들어 3일 동안 꼬질해졌던 우리는 돌아가는 길에 온천을 들렀다. 알고 보니 호도타리조트는 온천리조트에서 15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사우나를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들은 다음에 온천에 또 오자고 신이 났다. 종일 온천에서 놀고 뷔페에서 틈날 때마다 먹고 호치민으로 돌아오니 2박 3일의 여행이 꿈만 같았다.   





2020년 여름의 기억을 더듬어 이 글을 쓰다가 문득 호도타 리조트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호도타 리조트는 2022년 9월 호도타 깜빈 리조트 스파(Hodota Can Binh Resort& Spa)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더 이상 예전에 우리가 갔던 호수와 바다가 있는 숲 속 휴양지가 아니었다. 우리가 머무는 기간 내내 수영장 공사가 진행되더니, 지금은 아예 호텔 리조트로 바뀐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적하고 평화로웠던 숲 속 휴양지는 이제 우리 기억에만 남게 되었다. 

출처: 호도타 깜빈 리조트 스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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