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해피엔딩만 있는 건 아니다.

by 나인

미지의 서울.

넷플릭스 2위의 드라마.


미지와 미래는 자신의 삶을 찾아갈 것인가....


결론은 글쎄......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의 엔딩을 보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내가 우울증이라서 그런가?


너희들의 삶에 아니 우리의 삶에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가 항상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가 있어도 그는 변호사에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리는 삶을 사는 남자.

일에 미쳐 가족을 잃고 방황하는 성공한 그냥 성공이 아니라 몇 년을 놀고먹어도 돈이 남고 딸기밭을 망쳐도 상관이 없는. 그런 남자.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이 아픈 나를 대신해 이야기를 전해주는 진정성 있는 드라마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보여준 미지와 미래의 모습은 내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은 각자의 아픔을 이겨내며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여기서 나에게 느껴진 오류는 이들은 다 머리가 좋고 실은 능력이 출중한 그래서 좌절해도 충분히 일어설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물론 그들의 아픔과 고군분투는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었다. 하지만...


미래는 결국 돈 많은 부자의 도움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결국 그의 투자로 다시 일어서게 된다. 꼭 그 남자가 개입되었어야 했을까.

미지는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변호사 남자 친구의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가능했을지.. 생계를 이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공부를 시작하고 자신의 길을 걷는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식당에서 알바를 한다고 해도 과연 호수의 도움 없이 가능한 일인가.


남자주인공의 성공에도 결국엔 돈이 걸려있다. 분홍이 가 부잣집 딸이 아니었어도, 그 많은 수술과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농장주인은 부농의 손자로 태어나 가기 싫은 유학을 떠나기도 하지 않는가. 보통의 가정이었다면 수술비로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떠안고 제대로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고,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도 유학비용이 없어 못 보내주는 집들이 태반일 것이다. 이 많은 혜택을 누리고 결국엔 성장한 남자 둘. 그래 그들이 노력해서 얻은 결실이라 치자.


그렇다면 미래와 미지는?

결국엔 성공한 남자의 돈에 기대어 성공을 이루는 삶으로 그려진 드라마일 뿐 아닐까.

물론 너희 둘의 노력과 너희 둘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드라마의 끝이 이렇게 결론지어지지 않아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지는 결국 호수가 이사 가는 큰 집으로 들어가고, 미래는 투자자의 도움으로 돈 한 푼 안 들이고 농장을 운영한다. 작가는 왜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해피앤딩이 드라마의 정석이라고 해도. 어째서 자본에 기대어 성공하는 삶을 그리게 된 것일까.


그 둘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력과 능력이 있는 남자를 만나기 전의 삶과 후가 너무도 달라 화가 났다. 왜 그 시점이어야만 했는가. 왜 그런 설정이어야만 했는가. 현실은 뭐 하나 배우기에도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며 무료 강의를 찾아 들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현실이 아닌가. 그리고 꿈꾸는 모든 일들을 뒤로 미루어 놓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 나중에 정말 나중에 오랜 시간이 지나 취미처럼 시작한 일들이 혹은 절박해서 시작한 일들이 결실을 맺는 것도 100명 중의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닌가.


마음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자본주의와 부가 깔려있는 결말은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든다. 우리는 그러한 삶을 살 수 없음으로. 고등학교만 나온 서른 살이 넘은 여자가 변호사를 만나는 일은 드문 일이므로. 성공한 1퍼센트의 남자를 만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삶은 1000명 중 한 명도 힘들기에..


나는 이 드라마를 운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많은 아픔을 겪었지만 더럽게 운이 좋아 성공하는 사람들. 세상엔 그렇게 로또 맞을 확률은 0.00000000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작가는 알고 이 글을 쓴 것일까. 차라리 이 드라마가 환상 혹은 멜로 혹은 코미디였으면 좋겠다. 이토록 진지하게 이토록 애절한 사연들을 엮어놓고, 이런 게 사람 사는 거야. 그러니까 힘내!!라고 말하면서 결국엔 이건 드라마일 뿐이야로 끝내지 않는.... 혹시. 이게 브레히트의 희곡처럼 이것은 드라마일 뿐이야. 라고 의도한 바가 아니라면 나는 작가에게 말하고 싶다.


아픈 인생들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고.


이 글을 시간이 지나 내가 다시 드라마를 보았을 때 내가 다시 어둠의 길로 나를 밀어넣고 있는 중이라 쓴 글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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