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다 지나간 줄 알았다.

by 나인

아침에 일어나 먹는 약 3알 점심에 먹는약 4알 자기전 먹는약 5알.


내가 병원을 가기로 마음 먹었던, 아니 더이상은 상담 만으로는 안될 것 같다며 남편이 내 손을잡고 병원에 갔던 날. 그날의 나를 가끔 바라보게 될 때가 있다. 불을 끈 방에서 커튼 뒤에 숨어 나오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던 내 모습을 내려다보며 나는 가슴 한 켠이 먹먹하면서도 화가나기도 했다.

당시 왜 그랬는지, 시부모님께 도와달라고 전화를 한건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부모님이 오신건지 알 수가 없지만 나는 어둠 속에서 빠져 나오고 싶지 않았다. 내 자신이 두렵다는 느낌 내가 나를 해 할 것 같다는 기분. 그리고 그 마음들이 자기들 멋대로 뛰어 놀도록 방치하는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본다.


나는 그 즈음 내가 잡고 있던 줄을 아주 서서히 놓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암벽에 매달려 발을 딛을 곳도 없이 앞으로 갈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고, 나 혼자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판단을 하지 못하고 줄에 매달린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겁에 질린,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제는 그만 애를 쓰고 그 줄에서 자유로워 지기를 바라며 줄을 잡고있던 손의 힘을 서서히 빼고 있었던 시기였다. 아주아주 느린 슬로우 모션으로 힘을 빼며 그렇게 나를 놓아버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근 한달을 보냈다.


그 와중에 정말 다행인 것은 줄 위에서 나를 절대로 놓지 않으려 애쓰는 한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 덕분에 가끔 정신을 차리고 다시 힘을 내어 암벽을 오르려고 안간힘을 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지쳤고, 이제는 해가 저물어 빛도 사라졌고 위에 사람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의 고통이 나를 엄습했고, 나는 이제 정말 놓아 버려야지.. 라고 생각 했다. 그리고 마음은 나의 마음속 생각들은 저 아래 절벽의 맨 아래 깊은어둠속에 떨어져 죽어 있었다. 시뻘건피로 물든 나의 시체를 유체이탈을 한 것처럼 내가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다시 우울이 찾아온 이때, 그날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때 정말 놓아버리는 것이 나았을까....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기에 아직 나에게 이성이 남아 있기에, 한번 더 저 밑으로 떨어진 나를 바라본다면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기에 이 글과 그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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