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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디 옹그 Jul 10. 2019

전시를 둘러싸고 오용되는 용어들

미술사를 둘러싼 소소한 이야기 N.1

일주일에 1~2회 발행 할 생각인데 글이 어렵다는 반응이 좀 있어서 어떻게 하면 쉽게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까 생각 중이다. 모두 이 정도는 알 것이라고 간주하고 넘어가려는 단어들과 생각들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기분이랄까.


(메모인 만큼 모바일로 금방 읽힐 수 있게 짧은 볼륨으로 쉽지만 진지한 문체로 쓸 생각이다.)


 



본 메모에서는 전시를 둘러싸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용어들에 대한 설명을 적어 내려가 본다. 문화와 예술, 박물관과 미술관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문화예술진흥법 제1장 제2조에 따르면, "문화예술"이란 문학, 미술(응용미술을 포함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및 만화를 말한다.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 정의이지만 두 단어를 떨어뜨려놓고 곰곰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단어가 종종 모호하게 쓰이는데 업계 현장에서는 분명 문화와 예술 사이 안 보이는 경계가 뚜렷하게 있다.


아트센터와 문화센터의 전시 프로그램은 그 의도 자체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아트센터에서 난해하거나 실험적인 예술이 소개된다면 긍정 혹은 부정의 피드백이 생성되고 이를 지향하는 반면, 문화센터에서 만약 희한한 예술이 등장한다면 허튼짓 취급을 받거나 조용히 외면당하는 위치로 전락하여 지속적으로 진행을 못하거나 그와 유사한 프로그램은 폐지될 것이다.


예술과 문화의 위상은 절대 별개이다. 가령, '예술이 문화가 되는 순간 예술은 죽는다.'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술은 순간의 생명체이다. 윗 문구는 아마도 예술이 생활이 되어버려 무감각해지고 매너리즘적 일상에 빠지게 되면 예술 고유의 생명력을 잃는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와 예술이 모호하게 어우러지고 있는 경우로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일반 대중들에게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진행된다고 각인시키기 위해 간단한 브랜딩 문구로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문화는 있고 없고의 용어가 아니다. 문화는 이미 습관화되어버린 일상생활이다. 간략한 예로, 일 년에 한 번 정도 전시를 보러 가면서 '문화생활 좀 해볼까'라는 문장은 다소 어색할 수 있다. 저 문장은 '아주 이례적으로 여유로운 행보 좀 해볼까'와 같은 뜻으로 들린다. 덧붙여, 문화라는 용어는 예술이라는 용어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다.

'문화'란 '인간에게만 있는 생각과 행동 방식 중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배우고 전달받은 모든 것들. 의식주,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등을 모두 포함한다.' - 초등 사회 개념사전


전시에 대한 단상 그 두 번째 메모


장르를 막론하고 너무나 수많은 종류의 전시들이 있다. 데모용으로 사실을 알리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시, 유통 판매용 전시, 작품 전시가 있고, 나를 어필하는 패션도 심지어 전시라고 간주할 수 있다. 생각해보라 패션 역시 바라볼 (불) 특정 대상으로 나를 어필하는 목적이 뚜렷하고 이를 옷과 액세서리라는 매체로 치장하고 노출시킨다면 전시인 것이다. 첫 번째 메모에서 말한 바와 같이 보는 자와 볼 것, 볼 것을 담고 있는 공간이 성립되면 전시이다. 관객이 모아둔 관객이 아닌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일 수도 있고 볼 것이 꼭 작가에 의한 예술작품이 아닌 식물이나 동물일 수도 있다. -제목 배경 사진으로 다시 올라가서 보자 '오늘은 동물을 전시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써서 이것이 맞는 것인가 표지판 앞에 발이 묶였던 기억이 있다.- 공간 또한 전시 목적의 공간이 아닌 어떤 온오프라인의 공간에서도 가능하다. 이를 필자의 논문에서는 '박물관적 공간(Lieu museal)'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영문으로는 'Space of museums'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이는 정해진 전시공간을 구획 지어놓은 것이 아니라 '박물관스러운 공간이 발생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세간에 혼용되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용어를 짚고 넘어가자. 정확하게 박물관은 미술관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6130호 제2조 정의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① ‘박물관’이라 함은 문화·예술·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 향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역사·고고·인류·민속·예술·동물·식물·광물·과학·기술·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하는 시설을 말한다.


② ‘미술관’이라 함은 문화·예술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 향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박물관 중에서 특히 서화·조각·공예·건축·사진 등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하는 시설을 말한다.  


국제박물관협회(ICOM)에서는 박물관 헌장(1948년)에서 박물관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박물관은 예술·역사·미술·과학 및 기술 관계 수집품과 식물원·동물원·수족관 등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료·표본 등을 각종의 방법으로 보존하고 연구하며 가치를 고양시키는데, 특히 일반 대중의 즐거움과 교육을 위해 공개·전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항구적 시설을 말한다."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박물관으로서 미술관, 과학관, 수족관, 역사관, 식물원, 동물원 등이 있는 것이다. 사실 미술평론가 심상용은 박물관과 미술관 용어의 혼동이 아무 검증도 되지않은 채 논리의 부재 가운데 사용되고 있는 이 이원적 체계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여 이를 동일한 문제로 '예술이 결여된 역사'라고 언급한 예술사회학자 에른스트 피셔와 더불어 '역사 없는 예술'이라는 문제를 언급하며 역사와 예술의 격리상태로 진단하고 있다. (<그림없는 미술관>, '미술관과 컬렉션' 참고)

   

소장품은 곧 전시의 정체성을 좌우한다. 그 소장품의 등장들로 박물관적 공간의 역사이자 전시사는 쓰여지는 것이다. 15세기 박물관의 등장에이어 18세기까지 박물관적 공간은 무엇을 어떻게 재현했는지, 19세기와 20세기 현대적 맥락에 의해 변모된 박물관적 공간은 어떻게 오늘날의 지역적 맥락, 건축물, 동시대 예술 실습으로 이루어지는지 등등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메모로 각각 이어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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