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예술 디알로그 No.3
클래식 음악 하면 몇백 년 전 죽은 자들이 남긴 악보를 보고 수없이 많은 과거 현재 음악인들의 해석으로 표현되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짙었다. 그런 편견을 가지고 클래식 음악은 자장가로서만 듣던 내게 현대음악의 신세계를 알려준 사람이 있다.
이천 년대 중반 파리 유학생 작은 원룸 방에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내용을 콘셉트로 만들었다는 현대음악. 처음 접한 클래식 현대음악은 내 음악 자아를 깨웠다고나 할까. 나에게도 음악 개취-개인취향-가 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당시 느낀 음악에서의 공간적 spacial 감각은 충격적이었고, 오선지에 악보를 그려 내리며 그 종이를 통해 난 결코 들리지않는 음악을 듣고 있는 작곡가가 경이롭기까지 했다.
화가는 시각화를 작곡가는 청각화를 한다. 보지 못한 세상을 그리는 것만큼이나 듣지 못한 세상을 기록하는 냥 마법을 부리는 자들이다. 이번 인터뷰는 현대음악 작곡가 박은경의 음성을 받아쓰기한 내용을 게재한다.
박은경 작곡 발표 무대 : https://youtu.be/ZhdxahaKWdE
시로 음악을 만든 박은경 작곡가 인터뷰 : https://youtu.be/_2XDGJs33tI
질문 1 >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이후 어떻게 예술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답변 1 >
이런 질문 앞에 ‘내가 작곡가가 맞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각과 상관이 있어요. 경제적인 측면에서 하나의 직업 갖고는 생활이 안되죠. 다른 작곡가도 마찬가지겠지만요. 눈 앞의 일을 하고 곡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는데 저의 경우 연주회 같은 걸 보며 새로운 것을 생각하기 시작해요.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 연주회를 약 7개월 동안 딱 두 번 그것도 잠시 열렸을 때 보러 가서 그간 생각할 기회가 없긴 했어요. 페이스북으로 중계해주는 연주회도 있지만 잘 봐지지는 않죠. 내 생각, 하는 일을 24시간에 대비하여 시간적 분배로 바라볼 때 작곡을 거의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해요.
질문 2 > 현재 하고 계신 일로 제일 힘들거나 곤란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2 >
사실 언택트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 현재 초보적인 단계로서의 개인 기술력으로는 굉장히 한정적입니다. 음악은 인지 예술이기도 하기 때문에 뇌과학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언택트 형태로는 연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작품이 더욱 좋아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요. 현장감을 다 제하더라도 실제 있는 것만 경험하는 것도 오프라인에서만큼 경험하기가 어렵거든요. 예술가들이 노력해서 만든 음악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경험이 오프라인에서조차 다 표현, 전달이 안되는데 말이죠. 하다못해 강의를 해도 작품이 더 좋아질 수는 없어요.
그리고 작곡을 하면 할수록 남의 음악을 들으면 ‘재미있다’라고 생각하기보다 계열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창작을 하는 일이 안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계열을 생각한다는 것이 창작을 하는데 도움도 되긴 하지만 오롯한 감상이라기보다 선입견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에요. 올해가 유학을 마치고 들어온 지 십 년째가 되는 해이기도 해서 이런 방향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가령, ‘이것 좀 아니다.’라는 느낌이 ‘아니다. 계속하면 결론이 난다. 하지만 이대로는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 중에 있는 것이죠.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 일이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인데 이보다는 더 많은 창작 시간을 확보하려는 생각도 고민 중입니다.
질문 3 > 언택트 시대가 되어 예술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답변 3 >
언택트 시대가 되어 변했다는 것은 확실히 느꼈죠. 당장 시간 자체가 늘어난 건 확실해요. 그 시간으로 인해 창작하고 있는 지금 나의 상황에 대한 판단도 하게 되었죠. 오프라인에서는 움직이는 것 자체에 시간이 꽤나 걸렸는데 이제는 그러한 것들이 없어지고 연주곡을 듣고 나서 뭐에 관련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생각 자체를 한 적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횟수가 늘어났죠. 작품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말입니다. 순수하게 작품만 가지고 연주를 보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강도가 높아진 것을 뜻하기도 해요.
비대면으로 음악 수업하는 것도 밀도가 높아진 것을 느껴요. 대면 수업일 때는 부가 설명을 많이 못하는데 비대면으로 준비한 강의 자료를 가지고 설명도 집중적으로 많이 하게 되죠. 음악 하는 것, 작품도 마찬가지의 느낌이에요. 마치 비대면 강의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기회를 다시 쓸 수 없는 것을 알기에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처럼 말이죠. 앞 질문에서 언급했지만 시기적으로 나에게 좋은 상황입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 십 년 된 지금 찬물을 쫙 뒤집어쓴 느낌이랄까요.
언택트 시대가 되어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음악 생태계가 변했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어요. 그 변화의 시작은 2000년 초반에 시작한 공공지원 사업으로 기인한 것 같아요. 기존에는 연주회를 한번 하려면 보통 1500~1700만원정도 들고, 연주자 사례금이 너무 많이 드니까 협회라는 형태에서 여러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2-3년에 한 번씩 자기 작품을 보여줄 수 있도록 품앗이와 같은 형태로 진행했으나 이제는 공공자원이 들어오면서 이 시스템에 들어올 필요가 없어졌죠.
예전에는 자기와 미학이 맞는 사람들끼리만 어울렸다면 이제는 확실히 자기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늘어났다는 점에서 그 깊이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있지만 굉장히 변한 지점이죠.
83년생 정도부터 이 음악 생태계 루틴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 또한 저의 견해이지만요. 협회를 통한 작품 발표 시스템의 붕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의 20대보다는 양질의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하죠. 경험이 없으면 상상력이 힘이 될 때야 가능하지만 사실 창작에 있어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얼마 전 오랜만에 음악회를 보았을 때 우연히 나이순대로 작품 발표가 구성되어있어 마치 음악 지층을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며 나는 어디쯤 있나 생각을 해봤어요. 지층이 보였다는 것은 음악회를 자주 볼 때와 달리 코로나 덕분에 더욱 확연히 객관적인 리프레시가 된 경험이죠.
질문 4 >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는 예술 측면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답변 4 >
작곡을 하면서 보통 일 년 내내 음악회 볼 일이 너무 많고 서로 봐야 하는 생각이 있어서 작곡에 집중하는데 생각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죠. 음악인로서 보통 일 년에 1~2번 주기적인 음악회를 연다는 것은 그 규칙적인 기회로 인해 다소 망치더라도 다음에 잘해야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시간강사 생계로 인해 의무적으로 발표를 해야만 했던 상황도 있었어요. 현재는 그 지점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질문 5 > 아쉽게도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답변 5 >
다음 달에 폴란드 가는 초청 일정이 취소되었어요. 폴란드의 ‘그단스크’라는 도시에서 <코리안 컴포져스 나이트(Korean Composer's Night)>라는 행사에서 곡을 발표하게 되어있었는데 잠정적으로 취소되었다는 것이죠. 온라인으로 발표할 수도 있지만 우선 다른 작품을 보고 소통할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라 의미가 덜하죠. 그 외엔 해외 레지던시에 못 나가게 되는 것이 많이 아쉽죠.
질문 6 >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영향을 받은 예술가나 인물이 있나요?
답변 6 >
나이가 들수록 꼽기 어려워지는 질문이네요. 취향이라는 것이 결국 믿을 수가 없더라고요. 올 초에 현대음악 문헌이라는 수업이 있는데 20년 전에 너무 싫어하던 예술가를 명작으로 재발견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알고 보니 싫어하면서도 영향을 받았고, 이제 보니 너무 훌륭한 작품이라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좋아했던 작곡가 또한 반드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었고요. 좋아하는 것이랑 내가 작업하는 것이랑 모두 다 달라요.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생각을 할수록 생각한 것이 맞나라는 생각, 아는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질문 7 > 예술가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7 >
이런 질문에 대해 선명했을 때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이 음악에서 해소해주는 것이 컸고 비일상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죠. 일상적인 것이 음악이 된 적은 오래되었고 비일상적인 것이 음악이 되는 건 당연하고.... 내가 쓴 대로 남이 들으라는 태도도 말이 안 되는 것이고, 나는 맘대로 쓰겠으니 너도 마음대로 들어라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할수록 뭔지 모르지만 계속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