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오는 경험들을 저버리지 않고 다루는 것

언택트 시대 예술 디알로그 No.5

by 엘로디 옹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정부미술은행에 새로운 소장품을 추천하는 일을 할 때다. 미술관의 자산이자 꽃인 소장품을 추천한다는데 외부 심사절차가 있어 백프로 선정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굉장한 사명감을 느꼈던 휴직하기 전 마지막 업무.


9명 작가의 작품을 소장품 조건에 맞춰 굉장히 성의껏 추천하는 문서를 작성했다. 그중 한 명. 바로 국동완 작가이다. 예술가에게 성실함은 필수적이다 당시 국 작가의 작품을 통해 느낀 감탄은 몸이 기억하고 있다. 색연필로 종이에 그린 세월호 작품 <A Ferry>를 봤을 때 난 갓 출산을 한 엄마였다.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노동집약적 최선과 어떤 고백, 심정 등이 작품으로 고스란히 느껴져 그 작품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했었다.


작가마다 다르겠지만 작가 스스로가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이 왠지 그럴 것 같아서 결정할 시간을 드렸고 정부가 이 작품을 소장해야하지 않겠냐고 설득했고 추후 들린 결과로 이 작품이 최종 선정됐다.


우리는 예술가이고 동생이고 딸이고 며느리고 엄마다. 예술가에서 엄마까지 이미 엔잡러. 마더후드를 겪는 모든 예술가를 응원하는 마음이다. 이번 인터뷰는 엄마 예술가 국동완 작가와의 대화 내용이다.


국동완 작가 홈페이지 : www.kookdongwan.com




질문 1 >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이후 어떻게 예술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답변 1 >

시각 예술가이자 6살 아이의 엄마입니다. 코로나 이후 유치원의 긴급 돌봄을 이용하면서 겨우겨우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 초에 레지던시에 들어갔고, 7월에 있었던 개인전을 그곳에서 많이 준비했어요. 다행히 전시 시기가 코로나 재확산과 폭우 전이어서 전시를 취소나 연기 없이 예정대로 무사히 마쳤습니다. 하지만 제가 참여하는 다른 기획전이나 아트페어들은 대부분 제대로 오픈하지 못하거나 비대면 프로젝트로 전환되었습니다. 하반기부터 의뢰가 오는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영상 촬영을 언급하는 곳이 많습니다. 레지던시 하반기 오픈스튜디오도 영상 촬영을 하게 된 상황입니다.


질문 2 > 현재 하고 계신 일로 제일 힘들거나 곤란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2 >

작업 자체는 힘들 것이 없지만 예술가가 직업이기 때문에 힘든 점은 있어요. 직업인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전업 작가인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직업적 자격’을 위한 ‘서류’들 속에서 엄연한 직업으로 인정을 잘 못 받아요. 일은 항상 유동적이고 계약 관계를 철저하게 지키면서 일하려고 하면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힘든 점도 있네요.


질문 3 > 언택트 시대가 되어 예술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답변 3 >

저는 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가 책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예술 감상에 있어서 ‘물리적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아직까지는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예술 작품이 만나는 자리, 그곳의 빛과 공기, 나의 상태… 이런 것들은 사실 예술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느냐와 상관없이 작동되고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칩니다. VR로 제작된 전시장을 온라인으로 접속할 때는 과연 무엇이 작동될까요? 예술 작품으로서의 책인 아티스트북은 예술과 나의 물리적인 1:1 대화가 가능합니다. 물론 책을 사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지요. 예술을 소장하고 향유하는 문화가 지금의 이 코로나 상황에서 오히려 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4 >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는 예술 측면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답변 4 >

예술에 쏟는 시간입니다. 너무 빠르게 전시가, 작업이 기획되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1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기금 및 여러 제도가 그 순환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하고요. 작가, 기획자, 비평가 모두 창작의 단초를 발견하고 구상하고 발전시키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발현되었을 때 함께 이야기하고 곱씹는 시간과 경험이 더 다채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질문 5 > 아쉽게도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답변 5 >

개인전 후에 출간한 아티스트북의 북토크를 하려 했으나 코로나 재확산으로 취소한 것을 빼고는 예정되었던 일들은 대부분 진행을 했습니다. 앞으로 구상하는 일들은 실현 가능한가를 계속 타진해보는 일이 될 듯합니다.


질문 6 >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영향을 받은 예술가나 인물이 있나요?


답변 6 >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가 영국에 가서 Book Art 석사 과정을 공부하며 작업을 하고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학 시절 수업시간에 접한 아티스트북의 역사 속 작품들과 작가들,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리처드 웬트워스(Richard Wentworth),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 릴리안 린(Liliane Lijn), 차학경, 레베카 호른(Rebecca Horn), 에드 루샤(Ed Rusha), 존 레이썸(John Latham), 앤 헤밀턴(Ann Hamilton) 등 사실 너무 많아요. 그리고 유학 당시 홍영인 작가의 작업을 많이 도왔었는데 작업, 작업에 임하는 태도 등 훌륭한 선배 예술가의 모습을 제게 보여주셨습니다.


질문 7 > 예술가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7 >

아직 사명을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잘 사는 것인 것 같아요. 단순히 풍요롭게 산다는 뜻이 아니라,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산다는 것.
나에게 오는 경험들을 저버리지 않고 다루는 것.


그래야만 그 과정에서 작업이 계속 나오거든요.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그 안에 티끌의 진실이 있다면 작업이든 사명이든 거기에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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