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시대적인 사고를 하는 건지

언택트 시대 예술 디알로그 No.6

by 엘로디 옹그

서로 알고 지낸 지 19년 차 되는 한 예술가가 이 인터뷰를 계기로 만나 한 말이 있다. 그 질문이 맴맴 머릿속 가슴속을 돌아다닌다. "이제 선생님 아니에요? 그럼 잘 해야지!" 그러고 보니 나도 시간강사가 되어있다. 대학생들을 가리켜 '아이들'이라고 통칭하며 나 스스로 다른 세대임을 증언한다.


친구들은 금세 사십 대에 들어섰고 난 평생 해명해야 하는 '빠른'이기에 사회적 나이로서 마흔의 삶을 살고 있는 서른아홉이다. 십 년 넘게 이십 대와 일한 기억이 없고, 그나마 삼십 대 초반의 이해 안 가는 행동에 어리둥절하거나 어지러워한 적은 있다. 신기술에 적응 못하는 것뿐 아니라 신조어를 못 알아듣는다든지 심지어 세계가 알아주는 BTS 멤버도 못 알아보고 이런저런 사회적 이슈에 구시렁거릴 때 벼락과 같이 느낀다. 벌써 꼰대가 되었는가.


현대미술과 현대음악이 시대 차가 작지만 참 다르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것은 방법론이 세워졌을 때 현대미술은 작가론이 세워져 그 주제와 방법으로 지속적인 실험이 가능하지만, 현대음악은 찾은 방법으로는 한 번만 유효한 듯 보인다. 새로운 현대미술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보다 현대음악 작곡가가 매번 신선하고 새로운 주제나 방법을 찾아야 돼서 심적으로 굉장히 괴로운 모습을 본다.


또한 이젠 없어진 인사동 수요일 전시 오픈 뒤풀이 대접 문화가 예술의 전당 음악회에서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있다. 코로나 덕분에 잠시 멈췄지만 말이다. 이번 인터뷰는 10년 전 문래예술공장 개관과 더불어 지원프로그램 MAP을 기획하고 운영할 때 만난 현대음악 작곡가 신지수와의 내용이다.

신지수 작곡가 소개 http://blog.jisushin.com/?page_id=2413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p_Yq4hvtON3sGjq6V4sjYwVnykT1yxBT




질문 1 >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이후 어떻게 예술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답변 1 >

현대음악 작곡을 하는 것이 주된 정체성입니다. 사실은 순수음악 작곡 쪽은 세계적인 수준의 작곡가 조차 위촉료를 많이 받지 못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순수음악 작곡가는 다른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작곡가로 굉장히 성공을 하면 음악 관련된 일로만 생계를 걱정 안 할 수 있지만 주로 많은 작곡가들이 전혀 다른 일로 경제활동을 합니다. 저의 경우 작곡 관련 교육으로서 시간강사를 하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 예정되어있던 공연이 직격탄을 맞아서 무관중 공연으로 바뀌면서 이미 녹화 공연으로 진행을 했죠. 작업하는 것 자체는 늘 똑같아요. 집에서 늘 곡을 쓰는 중이죠. 사실 크게 두가지 길을 걷고 있는데 하나는 현대음악 작곡, 악기를 위해서 클래식 음악을 만들고 있고 다른 길은 설치미술에 관심이 있어서 청각적 개념을 가지고 갤러리와 같은 미술공간에서 행위예술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보는 것이죠.


질문 2 > 현재 하고 계신 일로 제일 힘들거나 곤란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2 >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설치미술을 코로나 시대가 되고 아예 못하고 있기는 합니다. 관객이 작품과 만나는 현장감이라는 것에 굉장히 관심이 있는데 지금은 온라인으로 경험하는 것이 예술 산업으로서 발전해가고 있는 분위기라서 ‘내가 구시대적인 사고를 하는 건지’ 의문을 갖고 있죠. 괜히 코로나 시대에 내가 하고 있고 지향하는 일에 의문이 들고 혼란을 갖는 것이 힘든 점인 것 같아요. 코로나라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서 억울한 상황인 것인지 지속적인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것조차 판단이 되지 않을 때가 있죠.


질문 3 > 언택트 시대가 되어 예술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답변 3 >

아직은 뚜렷하게 생각이 드는 해결책은 없지만 웹 환경을 이용하는 인터랙티브한 작품을 하면서 인터넷 엑서스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에 대한 고민으로 예술형태가 새롭게 나올 수 있다는 생각과 그러한 방향으로 작품을 구상할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봅니다. 지금으로서 설명하기에 막연하지만, 웹페이지 접속자가 곧 관객이자 작곡가인 경우로서 시시각각으로 뭔가 변하는 결과물을 가져오는 구상을 하고 있어요.

질문 4 >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는 예술 측면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답변 4 >

음악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콘서트 문화라는 것이 객석에 앉아 가만히 어두운 곳에서 연주자를 바라보고 있는 형태가 100년도 넘는 구시대 산물이잖아요. 1960년대 그것을 깨려는 시도가 있었는데도 다시 수동적인 관객으로 돌아간 것에 불만이 있어요. 음악계에서 활동 점수를 쌓고자 하는 사람들은 주로 예술의 전당, 금호아트홀, 세종문화회관에서 주기적으로 연주회를 개최하기 위해 굉장한 사비를 들여요. 사실 이러한 클래식 음악 콘서트 문화라는 것이 개인이 대관하여 개최하고 표를 파는 형태는 띄지만 대다수 객석은 지인과 친지를 무료 초청하는 등 애당초 이미 수많은 음악가들이 기형적으로 음악을 해오고 있어요.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동안 연주를 바라봐준 것에 기본적으로 고마운 마음이 있기 때문에 많은 초청티켓을 뿌리게 되고 연주회가 끝난 후 와주신 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지죠. 코로나 이후에 이러한 공연들이 많이 사라져서 약간 나아졌다고 볼 수도 있긴 합니다. 기획사에서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한 유명한 음악가를 초청해서 일반인이 돈을 내고 연주회를 보는 경우 아닌 이상 실제적으로는 별다른 코로나 피해는 없다고 생각해요.


질문 5 > 아쉽게도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답변 5 >

2014년에 마지막으로 했던 설치예술을 이어서 더 하고 싶은데 철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까지 못하고 있어요. 책을 통해서든 철학을 좀 더 만들고 진행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한옥에서 진행한 시리즈물이 있었는데 당초 생각은 전국에 있는 한옥의 특성에 맞게 공연 형태를 달리해서 백 개를 하려고 했던 것이 세 군데에서만 하고 멈춰진 상태이죠. 한옥에서 음악을 들려준다는 환상이 컸던 것 같아요. 진행하며 건축적인 공간을 음악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나 이어나가는 동력이 떨어졌던 기억이 나요.


질문 6 >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영향을 받은 예술가나 인물이 있나요?


답변 6 >

곡을 잘 쓴 음악가 모두에게 영향을 받아요. 사유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받은 경우는 다큐 디비디에서 우연히 본 이야기인데 고고인류학자로 기억되는 사람이 한 말이 있습니다. 내용인즉 예술가의 역할이라는 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고 방식 틀을 깨려고 충격을 주는 것이지 기존의 있는 틀 안에서 감상자를 편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도 그러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질문 7 > 예술가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7 >

앞서 언급한 고고학자가 얘기한 말과 같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사고방식의 틀을 깨기 위한 어떤 충격을 주는 것이 예술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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