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
작년부터 내 버킷 리스트에 있었던 세라믹 수업을 올해 초부터 듣기 시작했다. 동생이 도자기 만드는 일을 강력히 추천하기도 했고, 작년 한 해 동안 이것으로 나를 이끄는 여러 싱크로니시티가 있었다. 코펜하겐의 한 스포츠 매장에서 계산을 하던 중, 계산대 직원이 느닷없이 추천해준 한국 작가의 책 『공방의 계절』이 결정적이었다.
그 책이 특별히 크게 감동적이거나 마음을 흔들지는 않았다. 다만 ‘공방’이라는, 내가 한 번도 발을 들여본 적 없는 세계에 대한 입문서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첫 번째 수업은 코일링부터 시작했다. 점토를 손으로 돌돌 말아 쌓아 올리고, 손으로 도자기의 형태를 다져가는 방식이다. 첫 수업에서 만든 결과물은 웬 구석기 시대 토기 같았다. 이미 오래 공방을 다닌 사람들은 시중에 내놓아도 될 만큼 멋진 작품을 만들고 있어서 괜히 기가 죽었다. 다행히 나만 초보는 아니었고, 또 다른 초보 수강생이 있어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래도 세 시간 동안 무언가에 집중해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에는 의미를 두고 싶었다. 사실 공방에 다니고 싶었던 이유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각의 패턴에서 벗어나 평온한 집중 상태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나의 ‘구석기 시대 토기’를 다듬는 법을 배웠다. 그 다듬는 과정에서 이름 모를 평온과 작은 희열을 맛보았다. 아, 이 맛으로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직 전기 물레를 배우기 전이었지만, 앞으로의 수업이 어떤 감각일지 어렴풋이 상상이 되었다. 투박하긴 해도 조금은 세련돼 보이기 시작한 내 그릇을 보며 혼자 속으로 뿌듯해했다.
그 다음 주에는 전기물레를 이용한 수업이 있었다. 나는 또 밥그릇을 만들었다. 선생님의 세세한 지도 덕분에 처음 만든 것치고는 제법 그럴듯했다.
공방 수업을 하다 보면 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이 신기했다. 그만큼 집중과 몰입을 요구하는 시간이라는 점이 이 취미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에 화면이 필요한 시대에, 몇 시간이라도 화면을 보지 않고 손과 흙의 감각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사실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다만 코펜하겐 한복판에서 듣는 공방 수업은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주 1회, 3시간 수업에 500크로네. 유로로 치면 67유로, 원화로는 11만이 넘는 금액이다. 한 달이면 45만 원이 훌쩍 넘는, 지갑에 결코 가볍지 않은 취미였다.
그래서인지 공방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미혼 직장 여성들이었다. 수업 시간도 퇴근 후인 저녁 6시부터 9시까지였다. 올해 초 다시 휴직에 들어오면서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이 비용은 은근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만약 공방에 가는 시간이 정말 설레고 기다려졌다면, 나 자신에게 하는 투자라고 생각하고 몇 달은 더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코펜하겐의 눈보라를 뚫고 저녁마다 집을 나설 만큼의 의욕과 에너지는 나에게 없었다. 결국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그만 다니겠다고.
그래도 도자기를 만드는 일이 어떤 느낌인지, 그 세계의 입구쯤은 밟아본 것만으로 지금은 충분하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되면 또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눈보라 몰아치는 체감온도 영하 15도의 저녁 시간대에 집을 나서는 일도, 그 매력은 알겠으나 아직은 특별히 필을 주지 않는 비싼 취미로 돈이 나가는 일도 조금은 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