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마귀가 던진 메시지
코펜하겐에서 자주 보이는 새 중에 ‘갈까마귀’라는 새가 있다.
까마귀의 일종이지만 크기는 훨씬 작아, 몸길이가 30센티미터 남짓이다.
검은 깃털 사이로 회색이 섞여 있고, 무엇보다 눈이 특이하다. 마치 서양인처럼 푸른 눈을 가졌다.
큰까마귀의 음산한 분위기와는 달리, 갈까마귀는 어딘가 귀엽고, 장난기 있어 보인다.
영문명은 Jackdaw.
유럽 전역에 서식하는 서양갈까마귀를 일컫는다.
한국 등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종과는 다른 종류라고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3주 전, 모로코 사막에서의 7박 8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 후로 마음이 복잡했다. (이 경험에 대해서는 언젠가 마음이 정리되면 천천히 써보려 한다.)
무언가 손에 잡히지 않았고, 의욕이 사라졌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막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현실로 돌아온 후의 괴리감 사이에서, 내 마음은 붕 떠 있었다.
무엇을 해도 사막에 마음이 가 있었고, 현실은 나를 잡아주지 못했다.
사막은 기대와 달리 나를 안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마음은 평온하지 않았고, 혼란스러웠으며,
과거의 결정들에 대한 의문, 현재의 방향성,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지금, 여기’에서 만족하는 것이 어려웠다.
오늘 아침, 걷기로 했다.
남편은 물리치료를 받느라 일찍 집을 나섰고,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한 오트밀 체인점 Grød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평소 출근 길과는 다른 길을 선택해, 공원을 지나 Trianglen 역 쪽으로 걸었다.
평소 같으면 에어팟을 끼고 팟캐스트나 음악을 듣고 있었겠지만,
오늘따라 모든 소리가 시끄럽고 산만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듣지 않은 채, 조용히 걷기로 했다.
주말 동안 조금 우울했고, 마음을 다잡는 중이었다.
그래서 자연의 소리, 신선한 공기, 그리고 그 공기를 마시는 내 호흡에 집중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또다시 부정적인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누군가 내 머리를 툭 쳤다.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은 없었다.
대신 머리 위에서 날아 내려오는 작은 새 한 마리를 포착했다.
갈까마귀였다.
그 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땅에 고여 있던 전날 밤 비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보통 새들은 사람을 피해 도망가기 마련인데, 어떻게 이토록 태연하게 사람 머리를 건드릴 수 있을까.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바로 앞에서 물을 마시다니.
그 순간 직감적으로 느꼈다.
갈까마귀는 나를 깨우러 온 것이구나.
내가 머릿속을 헤매고 있을 때,
무언가가 나를 툭 하고 현실로, 지금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고마웠다. 정신이 들었다.
다시 아침의 공기가 느껴졌고, 내 숨소리도 들렸다.
갈까마귀는 왜 장난스럽게 내 머리를 ‘톡’ 건드렸을까?
그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걸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조금 다른 시각으로 한 번 바라봐.
이 날 아침, 나는 갈까마귀 덕분에 한 발자국 멈춰 설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덜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자연은 참 신비롭다.
Photo by Wesley Whitfield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