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생각

치앙마이로 갑니다

by 이현선

1. 추운 게 싫어요

또 추운 겨울을 다 나지 못하고 더운 곳으로 도망할 궁리를 하고 말았다. 그래놓고 어제는 추운 밖에서 톱질을 했다. 이 계절이 나무를 전지하는 데 적기라고 해서다.

밑동에서 제멋대로 가지가 돋아 물구나무 선 눈사람 모양이 된 향나무의 아래쪽 가지를 모두 정리해 예쁜 막대사탕 모양으로 만들고 나니 몸이 더워지고 손가락 마디가 쓸려 까져있었지만 일단 춥지 않아서 좋았다.

추운 건 싫다. 외출은 커녕 손이 곱아서 키보드 자판을 누르는 것도 힘들고, 왠지 게을러지는데다, 자꾸 기름진 음식이나 단 게 먹고 싶어지는 걸 합리화하고 싶어지니 때로는 차라리 겨울잠을 자고 싶을 정도다.


2. 사랑하는 일의 필요성

요즘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것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 연관성 없는 것 같지만 그냥 감정의 미니멀라이프라고 생각한다.

들뜨는 일이 싫다. 나쁜 일로 흥분하는 내가 싫은 만큼 좋은 일로도 딱히 격양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잔잔하고 평온했으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뛸 만큼 사랑하는 것이 없다. 그랬더니 반대로 싫은 일이 벌어져서 주변에서 모두가 펄쩍 뛸 때도 나는 딱히 싫지가 않더라. 그냥 그렇구나, 한다. 그렇게 있구나, 한다. 이래도 되나 싶을 때도 있다. 아직은 뜨겁게 열정을 태울 때라고들 조언한다.


3. 그래서 치앙마이

그냥 치앙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야 할 곳은 거기라고. 최대한 얇은 외투를 입고 오들오들 떨면서 인천공항에 들어서고, 긴 비행 끝에 다시 땅에 내리면 거긴 놀랄 만큼 따뜻할거야. 숨 막히게 습할지도 몰라.

시끌벅적한 야시장에서 팟타이를 먹어야지. 코끼리 바지나 기념 티셔츠 같은 말도 안되는 것들을 통하지 않는 말로 흥정해서 살 것이다. 그걸 입고 여행 온 티를 내며 한가로운 남국의 거리를 거닐어야겠다. 시원한 커피와 차! 그런 것들로 목을 축이고 또 걷다가 지치면 늘 그렇듯이 절에 들어가 심신을 쉬이면 된다.


이런 상상만으로 나는 한껏 들떠버린다. 그러나 이 고양이 싫지는 않다. 나에게서 떠나버린 일이 아니었다!

한 여름, 유리컵에 얼음물을 채우고 거기에 방금 내린 에스프레소 샷을 쏟아붓는 순간이 떠오른다. 쏟아붓듯이 차오르고 있다. 나는 이미 그곳을 사랑한다. 막상 만나고, 헤어져 돌아온 후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대도.



+)

코끼리 간식 주고, 산책하고, 개울에서 진흙놀이 하고,

목욕까지 알차게 하고 나와서

호스로 발 씻는 데인 줄 알고 갔더니

잘 논 코끼리 물 마시러 오는데였다.


코끼리가 입 벌리면 호스로 물을 주는데

나한테도 해보라고 호스를 넘겨줬다.

물 다 마신 코끼리 행복한 표정으로 가고

다음 코끼리 와서 물 주려고 했는데

자꾸 입 안 벌리고 코 내미는거야.

알고보니까 걔는 코로 물 받아서 마시는 친구.


꼴깍 마시고 다시 코 내밀길래

코 세 번 정도 채워주니까 잘 마시고

또 행복한 표정으로 가고.


다음 코끼리도 코 내밀길래 물 주려고 했는데

자꾸 코 휘젓는거야.

그래서 호스 줬더니 코로 받아가서

호스를 빨대처럼 입에 물고 알아서 잘 먹고

행복한 표정으로다.

똑똑이들 같으니라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떤 글을 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