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생각

어떤 글을 써야 할까

by 이현선

브런치 작가 신청 후 단박에 합격은 했는데 몇 년이 지나 돌아보니 일기장으로 쓰고 있다. 누가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좀 다듬어 내놓게 되는 그냥 일기.

덕분에 생각을 다듬다가 좀 더 마음이 단정한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의 생명에 대해 고민도 하긴 했었다. 읽고 싶은 글이란 어떤 글인지 알 수 없었다.

정보를 주는 글은 나도 종종 찾아 읽는다. 관심이 가는 분야가 생기면 그에 관련된 글을 닥치는대로 찾아 정독한다.

어떤 주제든지 척척 말이 통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가 말했다.

‘이런 직업을 가지고 일하려면, 장판 같은 지식을 가져야 해. 몰라도 일단 ‘아, 예. 그렇군요’하고 돌아서서 나중에 찾아봐야지 모른다고는 하면 안되거든.’

장판 같이 넓고 얕은 견문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즐겁다. 그런 사람은 대체로 생각이 깊다. 그러나 나는 말이나 글의 주제로 충분할 만큼 넓은 식견을 가지지 못했고 남들에게 지식을 전달할 만큼 정통한 분야도 없다.


무언가 마음을 공유하는 글이라면? 혹은 그냥 개인적인 일상을 옮긴 글이라도 내 일처럼 공감이 가거나 반가운 구석이 있어서 술술 읽히는 글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내가 쓴다고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미덥지 못하다.

이런 생각을 남이 공감할 수 있는가. 누가 읽고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느끼는 바가 있을만한 글이 되겠는가 하면 역시 그냥 신변잡기에 불과하다.


무엇을 써야 하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의 책 ‘걷는 듯 천천히’에서 작품을 표현이 아닌 대화로 여기라고 말했다. 누가 듣고 대답을 할 수 있어야 대화가 된다.

간혹 뭐라 대답하기도 곤란한 말들을 내 눈을 보며 늘어놓는 사람을 만날 때면 ‘저 사람은 대화가 아니라 독백을 하고 있군.’ 하고 생각한다. 저 정도 독백이면 내가 대답을 해도 서로 곤란해질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아무 대답이나 할 때도 있다.


누군가 읽고 나에게 대답할 말이 생길만한 글을 쓰지 못하면 그것도 그저 독백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화를 할 때는 올바르게 대화를 하고 있었던가? 혹시 지금까지 내가 독백을 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어쩌면 사람은 긴 독백의 메아리 속을 살아가며 누군가 대답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무엇을 쓰면 좋을지 모르는 채로 누군가와의 대화를 기대하며 아무거나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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