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발견

내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고 말했던 것은

by 이현선

내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고 말했던 것은 충분한 불로소득의 방편이 완비된 상태에서 먹고 살 걱정이 티끌만큼도 없이 회사를 떠나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기약 없는 요양에다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나갈 돈은 태산인 이런 상황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래도 당당하게 쉬었음 청년이 되어보자. 이 말은 최근에 배운 것이다. 이런 말이 있는줄도 몰랐다.

쉬다가 쉬다가 내가 가장 덜 피로한 수면 패턴을 찾았다. 새벽 한 시부터 오전 열 시다. 아홉 시간 정도 잔다. 그 중 한 시간 정도는 침대에 누운 채로 잠을 깨는 데 쓴다. 잠 8시간 그리고 플러스 알파.

만약 7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면 오후 10시에는 잠들어야 한다. 쉽지 않다.


사람은 대체로 자기가 겪어 본 일 안에서만 볼 수 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회사에 가 있는 동안 세상이 멈추기라도 하는 줄 알았는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반려견과 산책을 나가는 위층 사는 이웃은 출근은 안 하고 뭘 할까. 출근을 안 하면 뭘 해서 먹고 사는걸까. 그걸 나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출근 안 하고도 먹고 살게.

동네 도서관에 가면 신문을 읽으러 온 할아버지들 사이로 공부하러 온 젊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들 각자의 먹고 살 궁리로 바쁘다.


오늘은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그리고 ’비용의 아내‘를 읽었다. 같은 단편집에 실려있었다.

사양에서는 몰락한 귀족 집안의 딸이, 비용의 아내에서는 사고나 치고 다니는 남편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아내가 주인공이다. 정말이지 다들 기구한 인생들이다.

다자이의 책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확실하게 절망적이고 불행한데, 묘하게 그런대로 꿋꿋한 면이 있다. 기대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다 보면 괴로운 일도 딱히 없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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