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 180도 바뀐 게 있다.
뭐냐면- 침대에 거꾸로 누워서 잔다. 180도, 거꾸로. 침대가 오른쪽에 벽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왼쪽을 바라보고 누워서 벽에 등을 붙이고 자는 게 습관이었다. 하지만 수술한 왼쪽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게 하려면 오른쪽으로 돌아 누워 자야 한다.
오른쪽으로 돌아누운 상태로 등을 붙이려다 침대에서 떨어질까 불안해서 그냥 발을 두던 쪽에 머리를 놓고 자기로 했다.
며칠간 제대로 자지도 못 하고 끙끙 앓다가 내린 결론이다. 침대 머리맡의 선반이나 협탁에 손이 닿지 않아 불편하지만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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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야구 예능을 봤는데 이제 갓 꾸린 주인공 팀이 너무 강한 상대와 연습경기를 잡는 바람에 끔찍한 상황이 펼쳐지고 말았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규칙 상 세명의 타자를 아웃시키지 못하면 그 이닝이 끝나지 않는다. 차례대로 홈으로 들어오는 상대팀 주자. 늘어나지 못하는 아웃카운트.
끝없이 점수를 내주기만 하며 끝나지 않고 영원히 이어지는 1회 말. 상상도 못 한 스코어 27 대 0.
그런 느낌이다. 언제까지 침대에 거꾸로 누워서 자야 할지 알 수 없다. 배수관에 유기된 시체가 된 기분으로 갑갑한 MRI 기계에 밀어 넣어지는 일도, 막막하고 끔찍하다. 끝나지 않는 1회 말처럼.
오늘은 SNS를 넘기다가 지금 대통령의 이름을 봤는데,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기는 한데 누군지 전혀 떠올릴 수가 없었다. 지난 대통령이 탄핵된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어떻게 됐더라? 다시 선거를 했던가...?
이쯤 되면 수술 후에 언젠가 들었던 말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
'뇌는요, 손을 대면 댈수록 나빠지기 마련이거든요.'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필요할 때 수술을 결정해야 된다는 뜻이었던가. 근데 이 말도 누가 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