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엉망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이를테면 레옹과 마틸다, 델마와 루이스.
그들은 온전히 서로의 위안이 되어주는 듯 하다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으며 이야기의 막 뒤로 사라진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늘 엉망이었다. 언젠가 이런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늘 나쁜 패만 뒤집어.’
때로는 나도 그런 기분이었다. 세상엔 아무 패도 뒤집지 않고 아무 판에도 끼지 않는 방법도 있는데 왜 자꾸만 뭘 해서 문제를 만드는지.
어쨌든 내가 바라는 것은 나와 함께 파국으로 치달아 줄 버디가 아니었다.
저런 이야기들을, 이야기로 바라볼 수 있게, 멀리서 남 이야기로 관조할 수 있게 되고 싶었다. 그저 스크린 속의 머나먼 이야기가 되는 감각. 저런 거, 비현실적이야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첫 회사에 취업했을 때
‘너는 좀 더 자유롭게 살 줄 알았는데’
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타고난 역마살과 반골 기질을 인정하면서도 늘 모든 불안정한 것, 불확실한 것이 싫었다.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안심되었고, 불확실한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살아가고 싶었다.
매달 나오는 월급에서 떼어 보험료를 내고 거기서 또 조금 떼어 모았다가 여행을 떠나는 일. 그 정도 안심이면 충분하다.
자유로움에 따르는 모든 것은 가혹하다. 아니, 애초에 여행이 즐거운 것은 돌아올 집이 있두기 때문이다. 정처 없는 방랑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는 아니다. 집이 없으면 그냥 홈리스다.
그냥 내가 겁쟁이라는 고백이다. 나는 그저 따뜻한 방에 들어앉아서 어서 겨울이 지나길 기다리고 있다. 겨울은 춥고, 가혹하다. 추위를 심하게 타는 나는 두꺼운 패딩에 마찬가지로 두꺼운 바지를 껴입지 않으면 밖에 나갈 수가 없다. 그러면 가방은 도무지 뭘 매야할 지 알 수가 없고 멋내기는 포기, 우중충한 하늘에 더 우울해진다. 최악.
겨울엔 몸을 사려야 한다. 사리게 된다. 어서 빨리 봄이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