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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선 Sep 09. 2022

고양이, 최고의 친구를 찾아서

그리고 최고의 가족

 고양이는 집 밖에 사는 동물인 줄 알던 때가 있었다.

 우리 집 마당에 눌러앉은 고양이는 고실고실해 보이는 털에 가느다란 눈동자를 가지고 마당 한가운데 앉아 꾸벅꾸벅 졸거나 던져주는 닭고기를 받아먹었다.


 처음으로 고양이를 집 안에서 키워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건 미국에서 며칠간 신세를 졌던 집에서였다. 일어서면 나보다 키가 클 것 같은 커다란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함께 사는 집이었다.

 나는 원래 개를 좋아했는데 이상하게 개들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고양이 벨라는 잊을 수 없다.


 밤에 잘 준비를 마치고 방에 들어갔는데 침대에 벨라가 먼저 누워있었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이불 위에 폭 놓인 고양이를 피해 한켠에 누워 있으니 벨라가 조용히 일어나 다가왔다.

 그리고 내 옆에 앉아서 그 조그만 손으로 이불 밖으로 나온 내 팔뚝을 조물조물 번갈아 누르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 겪어보는 일에 놀라면서도 보드라운 벨라가 떠날까 봐 움직이지 못하고 누운 채로 눈동자만 굴려 벨라를 봤다.

 작고 사랑스러운 벨라는 한참 뒤에야 제자리로 돌아가 나와 함께 잠들었다.

 


 고양이를 키우게 된 건 그 해 계절이 두 번 바뀐 뒤였다.

 지난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이 이사를 가면서 키울 수 없게 되었다며 고양이들을 키울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페이스북에 염가 세일처럼 늘어놓은 사진 중 가장 귀엽다고 생각했던 고양이가 마지막까지 남아 눈에 밟혔다. 그게 왠지 운명적인 일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데려온 우리 집 고양이는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간식시간이 되면 쫓아다니면서 소리를 지른다.

 벨라처럼 조물조물 꾹꾹이를 하는 게 아니라 수타면 장인처럼 찹! 찹! 하고 힘차게 누른다. 우아한 구석이라곤 없는 사고뭉치다.

 다른 집 고양이는 집사가 슬플 때 와서 위로해준다던데 우리 집 고양이는 내가 슬퍼할 때 와서 나를 러그처럼 꾹 밟고 지나간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밤에 고양이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같이 살아보니 몇 년이 지나도 속을 모를 동물이다.


 하지만 고양이도 딱히 알아주길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우리가 꽤 친밀하면서도 나름 쿨한 사이라고 생각한다.

 개를 키울 때는 천둥이 치면 놀라서 달려오는 개를 안아서 안심시켜줘야 했다.

 고양이는 천둥소리에 놀랐을까봐 돌아보면 벌써 저 구석에 혼자 숨어있다. 그리고 얼굴만 빼꼼 내밀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말한다.

 '뭐해, 빨리 안 숨고!'


 그래도 귀가가 늦어지는 밤이면 현관문을 여는 나를 향해 달려와주는 것도 고양이밖에 없다.

 고양이와 나는 가끔 서로에게 투덜거리지만, 종종 옆구리를 붙이고 잠든다.

 나는 그 적절한 관계를 사랑하고,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 안도한다. 고양이랑 같이 살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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