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서

주말은 에스프레소 위의 크림

 요즘 '에스프레소 바' 라는 곳이 유행이라기에(어쩌면 이미 유행이 지났을지도 모르겠다) 에스프레소를 파는 카페에 왔다.

 이런 곳을 일부러 찾아두었다가 날을 잡아 차를 끌고 나오는 시점에서 이미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는 철 지난 사람 같기도 하지만, 이렇게 유행한다는 것들을 한 번쯤 쫓아 가 보는 것도 내 소소한 취미 중 하나다.

 네댓 가지의 에스프레소 메뉴 중 가장 무난해 보이는 콘파냐를 주문하고 작은 디저트도 하나 추가했더니 밥 한 끼 값이 되었다. 카페에서 쓰는 돈이 식당을 따라잡은 지 오래지만 괜히 한 번씩 밥값이네 하고 생각해본다. 사실 커피나 차 한잔을 시켜놓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값으로는 비싼 것도 아니다.

 유명한 에스프레소 바를 소개하는 글에서 에스프레소는 세 잔쯤 휙 마시고 떠나는 거라고 했던 것 같다. 확실히 인터넷에는 다 마신 에스프레소 잔을 쌓아놓은 사진들이 많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일단 한 잔이다.

 자리에 앉아 챙겨 온 책을 읽다 보니 작은 트레이에 옹기종기 담긴 디저트 접시와 에스프레소 잔이 앞에 놓인다.

 입 안에서 커피와 크림이 섞이는 비엔나커피를 생각하며 주문했는데 에스프레소는 생각보다 쓰고 위에 올려진 크림은 생각보다 묵직하다.

 작은 잔을 손가락으로 들고 입 안의 맛이 충분히 섞이려면 언제까지 음미해야 할지 고민하는 새에 모두 삼키고 잔이 비었다.

 가을볕이 드는 통창 앞자리에 앉아 앞에는 빈 에스프레소 잔을 놓아두고 책을 읽는다. 에스프레소가 담겼던 잔에서 내내 커피 향이 코 끝에 스친다. 쓴 맛은 지나가고 녹진하고 달큰한 크림만 마음에 맴돈다.

 

 책은 아직 많이 남았다. 에스프레소를 한잔 더 주문할지, 늘 마시던 아메리카노로 할지 고민하면서 어쨌든 이 카페가 내 마음속의 즐거움 목록에 추가되었다.

 여전히 세상엔 새로운 것이 넘쳐난다.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