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 거꾸로, 비미술
전시 공간의 입구부터 강렬하다. '나는 세상을 거꾸로 살았다.' 심오하게 보이는 이 문장은 역설적이게도 작가가 쓰던 침구에 쓰여있다. 입구 옆에는 정말 거꾸로 매달린 작가의 얼굴이 전시 공간에 데롱 매달려 있다.
한국의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승택(1932-)은 195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조각, 대지미술, 행위예술을 비롯하여 예술을 표현하기 위한 물질을 뛰어넘어 비물질적인 것까지 자신의 작업 능력을 보여주는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작가의 조각 작업을 보고 있으면 알게 모르게 대칭이 느껴진다. 원과 사각형 그리고 부드러운 것과 딱딱한 것. 언뜻보면 이분법적으로 구분된 두 물질이 충돌을 일으키고 그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킬 때 우리는 이 작품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거지? 생각에 빠진다.
또한 작가는 끊임없이 오브제를 묶는다. 자신을 옭아매던 이름 모를 어떤 것을 형상화하듯 돌을 밧줄로 감거나 나무를 밧줄로 감는 반복적인 작업 양상을 선보인다. 그의 이러한 작업 양식은 1960년대 서양 미술을 대표한 개념 미술을 떠올리게 하며 내가 하는 행동이 곧 예술이다라고 말하던 개념미술가와 뜻을 함께 하는 듯 하다.
작가의 작업은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흙, 바람, 모래가 작품과 함께 어우러질 때 그 멋이 더 증폭된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흙더미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듯 세워져 있는 붉은 기둥들을 보고 있노라면 땅에서 대지의 기운이 솟아오르는 느낌을 들게 한다.
미술관을 돌아다니면서 작가가 끊임없이 화면속에서 외치던 한국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요소 그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대지의 기운, 바람이 부는 것을 그대로 순응하는 땅의 의지와 같은 것 말이다.
공허하게 뚫린 커다란 공간에서 불타고 있는 그의 작품을 보면 마치 자신의 예술혼을 '진정으로' 불태우는 작가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화면에 겹쳐보인다. 외부에 나와 퍼포먼스적인 예술 행위를 하는 이승택 작가의 모습은 오히려 캔버스나 물질에 속박되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하다.
아방가르드, 기존 예술의 맥락을 거부하고 새로운 예술 개념을 추구하는 예술운동이자 이제는 오히려 기존의 관념을 깬 새로운 것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는 이 개념. 과거를 살았던 이승택 작가에게 최고의 찬사이지 않았을까? 새로움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한 이승택 작가. 그의 아방가르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