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기 위해
그를 입양한 후 나의 삶은 무질서의 연속이다. 집 안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당연히 동물은 마당 있는 집에서나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일중 가장 힘든 것은 배변 이슈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하루 종일 치우는 것 같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정말 키울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 막내를 위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입양하였지만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든다. 그렇다고 파양 할 수도 없다. 막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인내심의 연속이었다. 다행히도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3개월 간의 배변 훈련이 결실을 맺었다. 그는 잘하고 있다. 때론 실수도 하지만 볼수록 대견하다. 아내가 없었으면 그를 키우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배변 훈련은 행복하게 함께 살기 위해 중요했다. 입양 시 배변 판과 약간의 배변 패드를 받았다. 직원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들었지만 이내 잊어버렸다. 어디서 주어 들은 것은 있어, 배변 판이나 패드에 배변 시 칭찬이나 먹을 것 등으로 보상을 주었다. 하지만 어려서 그런지 항상 주변을 청소해야 했다. 패드도 두세장 이상 넓게 깔았다. 패드 사용량도 만만치 않다. 하루에 10장 이상은 필요했고 며칠 지나지 않아 모두 써버렸다. 다행히 집 근처에 코스트코가 있어 바로 박스채 구매할 수 있었다.
너무 트인 곳이 문제인가 싶어 반쪽이 막힌 우리를 구매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잘하는 듯했지만 이 역시 실패다. 오히려 좁고 밀폐된 공간이어서 청소도 더 힘들고 지저분했다. 잠시 가두어 둘 공간으로도 함께 사용하려고 했지만, 가두어 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창 위로 넘어 다닌다. 요즘 애들 말로, '헐~'이다. 미처 보더콜리 종의 크기나 활동량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후로 그를 줄자로 재보는 습관이 생겼다. 고이 잘 접어서, 바로 당근행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장소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인 듯하다. 그동안 조금씩 이곳저곳 위치를 바꿨었다. 거실 한편에 일정한 장소를 정하고 배변 판과 주변에 약간의 패드를 함께 두었다. 이번에는 배변 유도제도 함께 뿌려 주었다. 한 달 정도 꾸준히 지켜봤다. 유도제가 효과가 있는 것인지 그럭저럭 잘한다. 깔끔하지는 않아 주변을 조금 치워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장소 구분 없이 그냥 잘 놀고 잠도 많다. 잘 놀다가도 피곤하면 아무 데서나 눕는다. 어릴 때는 원래 잠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많이 자랐다. 이제 배변 판이 작다.
2023년 11월 중순, 대형견 배변 판을 구매했다. 가장 큰 것을 골라 산 대형인데도 작게 느껴진다. 이제는 제법 배변판 위에서 볼일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더 이상 배변 패드는 사용하지 않는다. 여전히 주변 청소는 필요했다. 매번 방향제를 뿌리고 닦아 주었다. 집안 곳곳이 방향제 향기로 가득하다. 익숙해질 법한데도 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2023년 12월 말, 배변 장소를 거실에서 화장실로 옮기기로 했다. 간단히 아내와 상의 후 동일한 배변판을 하나 더 구매했다. 화장실의 안전문을 제거하고 배변판 2개를 연결하여 세면대 아래에 놓아두었다. 청소가 쉽도록 오물 받이는 떼어내고 톱으로 한쪽면을 잘라내어 물이 쉽게 빠지도록 했다. 샤워기 호스도 긴 것으로 교체했다. 한동안 배변 유도제도 함께 뿌려 주어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센서 등도 하나 달아 주었다. 그렇게 그의 전용 화장실을 만들었다. 이후로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배변 패드도 유도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처음 입양 후 파양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함께 살기 위해 잘 따라준 그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이렇게 배변 훈련은 일단락되었다. 집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세상 모든 집사들에게 심심한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