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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닝 Dec 27. 2022

2022년 회고

인풋보다 아웃풋에 집중했고, 마음의 단단함을 위해 노력한 한 해

벌써 2022년도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른다니..

사실 그간 브런치를 써야지.. 줄곧 생각해온 글감(?)들은 몇몇 개 있었는데 일이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고민의 짬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주 살짝의 심적 여유가 생겨서 이렇게 2022년 회고를 적어본다. 회고가 있어야 그다음 나아갈 발판이 되어 방향을 잘 설계할 수 있으니까.



올해의 변화 세 가지


1. 인스타 끊기 (22년 여름~)

하반기 이후 인스타를 끊었다. '정말 한 번도 안 들어갔냐'라고 하면 대답은 No이면서도 Yes. 정확히 말하면 개인 계정 접속과 책 기록용 계정이 있는데, 책 기록용 계정으로는 10번 남짓 잠깐 접속했던 것 같다. 접속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가끔 이슈로 연예인 인스타를 보게 된다거나, 네일숍에서 디자인을 고를 때! 인스타 웹에서 강제로 로그인 창으로 넘겨버리는 바람에 로그인을 하지 않고서는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접속량이 확실히 줄었고 그 덕에 SNS를 통해 접하는 사람들의 소식이나 정보에서 살짝 뒤떨어져 외로운 마음도 들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되고 쓸데없는 생각이 뿌리내리는 걸 방지할 수 있어서 만족하며 실천하고 있다. 이제는 '실천'이라고 부르기도 조금 애매한 상태. 스스로 조절이 가능한 수준까지 온 것 같아서 쭉 이렇게 살아볼 생각이다.



2. 러닝 시작 (22년 9월~)

러닝을 시작했다! 말로만 해야지 해야지 했던 유산소 운동을 드디어!

발단은 9월 추석 연휴 어느 날. 운동 겸 청계산에 올랐는데 오른 지 30분 남짓만에 내려와 버렸다. 너무 현기증이 심해서 도저히 더 올라갔다간 큰일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후로 체력이 바닥이 되었음을 실감하고, 의식적으로 '유산소'를 통해 체력을 기르기로 했다.


시작 전에는 달리기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있었는데, 좋은 앱들이 많이 나와서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내가 사용하는 건 '런데이'라는 앱과 나이키에서 나온 'Nike Run club'. 둘 다 워낙 유명한 서비스들이다.

런데이에서는 8주를 채워야 하는데, 중간중간 쉬기도 했고 같은 코스를 반복해서 하기도 해서 아직 마지막 2회를 못 채운 상태다. (지난주, 이번주 모두 눈이 많이 와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음 ㅠㅠ) 연내엔 완료할 수 있겠지?

1분도 버거워하던 내가 30분을 쭈욱 달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눈에 보이는 성취감이 있어서 꾸준히 즐겁게 하고 싶은 운동! 




3.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마인드

1번 인스타 접속 끊기와 더불어 자연스레 생긴 삶의 방향인데, 우선 끊임없이 소비에 노출되는 일이 줄어들게 되면서 물질과 소비에 대한 욕심이 많이 줄었다. 게다가 SNS에 괜히 자랑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그런 마음들이 항상 있어서 시간을 충분히 즐긴다든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는 일들이 많이 생겼는데 그런 허세의 마음도 정말 확 줄었다. (이제서 하는 고백 ^^;;)


그러다 보니, 여행에 가서도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게 되고, 사진이나 기록에의 집착도 사라졌다. 순간과 시간에 집중하는 게 얼마나 평온한지!  뿌듯!







올해의 업무 회고


1. 올해의 업무를 한마디로 말해본다면? [인풋보다 아웃풋]

올 한 해 셀프평가를 작성하면서 입사 후 진행한 과제들을 쭈욱 나열해 봤다.

4월 배송지 관리 (글로벌 구조를 타깃으로 한.. 배송지의 늪..)

5월 주문상세 클레임상세 잠깐 발 담그기 (커머스는 절대 못하겠는 걸로..)

6월~8월 유저피드 P1/2

8월 신규사업 1 리서치 후 홀딩

10월~ing 신규사업 2 릴리즈 진행 중..

스타트업이라 그런가 의사결정과 진행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진짜 소처럼 일했던 것 같다. 작년 한 해는 큰 그림을 바라보고 설계하는 역량을 기르는 방법을 배우는 데 집중했다면, 올 한 해는 여러 과제들을 진행하면서 실전에 대응하는 역량을 배워나가는 시간이었다. 오히려 다양한 역량을 고루고루 배워나갈 수 있어서 너무 좋지만, 아웃풋만 쭈욱 내는 것도- 인풋만 퍼붓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결국 둘 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도.


새로운 조직과 환경에서의 적응 시간도 있었다고 생각하고..!

내년에는 아웃풋을 유지하면서도 인풋에도 집중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지.



2. 어떤 것들을 배우고 성장했는가

1) 0 to 1의 경험

그간 1 to N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빌드업하는 업무를 주로 해왔다면 이번에는 0 to 1의 경험을 다수 진행하게 됐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신규 기능의 요구사항이 많기에 없던 기능을 새로 만드는 일에 집중했던 것 같고, 로드맵상 [더 적합한] PMF을 검증해나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달려야 할 것 같다.

내년에는 조금 더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는 시점이라고 보고 있기에, 서스테이닝에도 집중해야 할 포인트들이 늘어날 것 같다. 또 무슨 새로운 일들을 해볼 수 있을지 기대 중!

2)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훈련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도 혼자서 무언갈 결정하는 것이 참 두렵다. 이 고백을 슬그머니 리더에게 했더니 사실 다들 그런 거라고 했다. 다만 알아두어야 할 것은 PM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고 어젠다를 잘 전달하고, 구성원 간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게 돕고, 그것을 잘 정리하면 된다고.

결국 내가 두려웠던 것은 결정을 내리는 그 자체라기보다는 [주도적]이라는 단어였던 것 같다. 먼저 나서서 상황과 문제를 파악하는 일. 스스로에게 확신을 얼마나 가지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나갈 수 있는가.. 아직도 두렵고 부족하고 어렵지만 가능한 환경 속에 있다고 믿으며 성장을 기대해 본다.

3) 기획안 쓰는 일

날이 갈수록 기획안 쓰는 것이 더 어렵다. 왜냐면 필요한 게 뭔지 더 많이 알게 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몰랐을 때가 더 쉬웠던 것 같다.

기획안이란 결국 상대방에게 정보를 잘 전달하기 위한 목적의 문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펙을 공유할 때 '읽게 될 사람들'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작성하는가가 중요하다.

구조화와 도식화. 논리적 구성의 보완점을 개선하면서 발전해나가는 문서! 빠르게 잘하고 싶다 ~~



3. 이런 건 더 배워야 하는데 (=결국 내년의 목표)

1) 커뮤니케이션

개그맨 유세윤 씨의 인스타 바이오 문구로 유명한 '아구럴수도있겠당' - 이 말을 되새기며 일하기!

일은 사람이 한다. 이걸 잊으면 안 된다. 결국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상대의 상황과 스타일,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기저에 깔려야 하는 것 같다.라는 사실을 매일 끊임없이 깨어지며 배우는 중

2) 의연하고 단단한 멘탈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기! 상대의 반응에 민감하지 않기!

할 말은 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착하고 좋은 PM이 될 순 없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되- 결국 일이 잘 굴러갈 수 있게 하려면 쓴소리 단 소리 모두 잘 내뱉어야 한다.






올해의 OOO


1) 올해의 서비스 : Runday, TodoMate

나의 바른생활을 도와준 서비스들. 달리기 메이트인 런데이, TODO 매니아인 나에게 딱인 투두메이트

2023년에도 달력과 투두메이트만 있으면 스케줄 관리는 문제없을 것 같다



2) 올해의 책 : 타이탄의 도구들(자기 계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수필),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소설)

세 책 모두 분야와 주제는 다르지만 각 분야에서의 성공 철학이 명확하다는 나름의 공통점이 있었다.

타이탄의 도구들 :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일이 왜,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길 수 있도록 해준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던가. 그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걸 느끼며 겸손함에 한번 더 놀란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3권 (특히 3권) : 재테크와 경제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한 남편의 집요한 공부 강요가 올해 중반부터 있었다. 어렴풋이 그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지만 야금야금 하는 둥 마는 둥 있었는데, 올해 마지막 주에 후루룹 읽어버린 이 책은 동기부여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몇백 억 버는 부자가 되겠다'라는 거창한 목표의 관점보다는, 경제적인 가치와 신념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의 관점에서 되새겨볼 수 있게 해 준 소설. 경제 무지렁이가 되지 말아야지! 




3) 올해의 여행 : 춘천 썸원스페이지 2박 3일,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간 오사카

이직 텀 기간에 편하게 숲 속에서 '쉼'을 누리고 싶어서 알아보다 방문한 썸원스페이지 (사장님이 IT디자이너 출신이셨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건너 건너 겹치는 지인이 있었다는 신기한 이야기) 

공용 공간 책장에 책이 한가득, 방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햇살도 예쁘고, TV나 음식 이런 것들에 집중하지 않고 편하게 쉬고 멍 때릴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무엇보다 김유정역 근처라 서울에서도 가깝다! 강추! 

그리고, 10월 일본 자유여행 풀리자마자 다녀온 오사카. 3년 만의 해외 출국도 신났고 유튜브 브이로그로만 보던 풍경들을 즐겁게 누리고 올 수 있음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


따숩고 평온한 썸숲



4) 올해의 음식 : 스시 오마카세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라 잘  몰랐는데, 동네에 런치 5만 원짜리 스시 오마카세를 경험한 이후 두세 달에 한 번씩은 꼭 가고 있는 중. 회를 제대로 먹게 된 것도 결혼한 이후고, 스시 자체를 그렇게 즐기는 편도 아니었는데 입맛과 취향이 싸악 바뀌었다. 

재료의 신선함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만들어주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서 맛이 화악 달라지는 게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5) 올해의 인상적인 문장

고흐의 그림은 그림으로서 잘 그렸나 못 그렸나 보다 자기 인생과 세계관을 투여했기 때문에 감동이 있다. 소설 쓰는 일도 자신의 세계관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주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탐구하고 그 이야기를 자기화하고 필터링(여과)해 내놓는 것이 소설의 기본인 '서사'다

젊은 작가들의 가장 큰 약점은 체험의 강도, 다시 말해 서사가 약하다는 것이다. 작품 뒤에는 작가가 이전에 본 텍스트의 그림자가 다 보인다. 텍스트는 자기 체험의 필터와 용광로에 녹여서 다시 내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인생을 살아가는 사정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요즘 작가들의 작품이 이전 작가들과는 달리 가벼워졌다는 의견에 저도 동감합니다. 작가의식이나 세계관이 달려서 그런지… 젊은 작가들이 역사, 철학책도 읽으면서 인문사회 분야를 공부했으면 해요.


우연히 더쿠에서 황석영 소설가의 문창과 비판글을 봤다. 기사를 찾아보니 2015년도의 강연에서 발췌한 거더라. (링크 1-연합뉴스, 링크 2-이데일리)


이는 비단 젊은 세대의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로덕트 매니저도 마찬가지일 거다. 직무가 점점 자리 잡아가고, 일하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다양한 방법론과 이론 역시 물밀듯이 쏟아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그런 것들을 익히는 것까지는 좋지만, 이 틀에만 매몰되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회사마다 처한 환경과 문화가 다르고, 일하는 사람이 다르다. 방법보다는 실전이 중요한 직무.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나만의 분명한 철학과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서비스의 철학과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고 얼라인되어 일할 수 있는 것, 앞으로의 나에겐 무엇보다도 이것이 참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트렌드보다 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자. 



고생했다 2022년! 

2023년도 잘 살아봅시다

열심히, 그리고 평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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