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sex - Emilt Witt
퓨쳐 섹스는 제목 그대로 미래의 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책이다. 기자 출신의 저자 에밀리 위트는 30살이 된 시점에 진지했던 연애에 실패하고 평생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람에 대한 환상을 버리게 됐다. 사랑은 그것보다 복잡하며 대부분 일방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헤어짐 이후에 저자는 많은 온라인 데이팅과 원나잇을 경험했고, 연애에서 실패했을 때와 비슷한 공허함을 느끼며 또 다른 한계를 느꼈다. 에밀리 위트는 이러한 상황에서 방황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사랑의 방식을 알아보려고 했고 그 경험을 책으로 썼다.
책에서는 성과 사랑에 관련한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부분은 폴리아모리를 다룬 부분이다. 책의 내용에 앞서 폴리아모리에 관해 조금 얘기해 보자면, 폴리아모리는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며 여러 사람과 성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함을 가정하는 관계지향“을 뜻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여러 명을 동시에 사랑하고 관계를 갖는 것을 서로 인정하는 사랑의 방식을 왜 하는 걸까? 또 어떻게 하는 걸까?
폴리아모리를 다루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김주혁이 연인 손예진에게 뽀뽀를 하며 “내꺼”라고 하자 손예진은 알쏭달쏭 한 표정으로 “나도 당신을 사랑하는데 자기껀 아니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장면이라 손예진이 김주혁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하는 말인 듯했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손예진은 두 남자를 동시에 만나며 말 그대로 누구에게도 소유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폴리아모리의 핵심은 극 중 폴리아모리스트인 손예진이 말했듯 서로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폴리아모리스트가 서로를 독점하거나 소유하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는 사랑이 무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간, 돈과 같은 물리적인 양을 갖고 있는 것들과는 대조적으로 사랑은 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폴리아모리를 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복수가 될 수 있으며 그렇게 사랑이 성장하는 것을 부정하거나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사회적인 맥락에서 폴리아모리는 대안적 성격을 띠고 나타났다. 폴리아모리는 20세기 말 페미니즘 운동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들은 일부일처제라는 남성 권력에 의해 규정된 결혼제도를 거부하고자 했다. 여성의 성을 바로잡으려는 많은 페미니스트에 의해 결혼의 비제도화와 함께 여성들은 기존의 사고방식에 거부적인 반응을 보이며 남성과 평등한 위치를 갈망하게 됐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되었고, 결혼이 전제된 연애가 아닌 자신의 주체를 형성하고 다양한 관계를 구성해 나가는 데에 주목하는 연애가 빈번해지면서 억압적은 성격을 갖는 기존의 사랑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폴리아모리가 등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