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미나리를 샀다

엄마의 미나리나물이 생각났다

by 사선의 기록


고깃집 유리창에 ‘청도미나리 한 상’이라 적혀 있었다.

‘집에 목살 있는데... 미나리 사다가 같이 구워 먹어야겠다.’

문득 떠올랐을 뿐인데.


출근길에 미나리를 사버렸다.

환승 버스를 타러 가다 미나리가 눈에 들어와 버린 것이다.


‘지금 사서 어쩌려고...’

속마음과는 다르게 입이 먼저 나간다.


“할머니, 미나리 얼마예요?”

“오천 원. 돌미나리라 맛있어.”

“네, 주세요.”


별수 없다. 통했을 뿐이다.


향긋한 봄 미나리 향을 맡으니 성큼 다가온 봄이 느껴진다. 구워 먹으면 더 진하게 느껴지겠지, 봄이.


옆자리에 고이 모셔 둔 검은 봉지 속 미나리를 보니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엄마가 해준 미나리나물을 정말 좋아했다. 흰 밥에 미나리나물 듬뿍 넣고 참기름 쪼르륵 부어 비벼주면, 옴싹옴싹 금세 한 공기를 비우곤 했다.


고사리나물과 함께 내 인생의 ‘투톱’이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내 손으로 해 먹을 일이 없었다. 한 번 시도해 봤지만 엄마의 맛이 나질 않았다. 너무 데쳐서 물러버린 후로는 다시 도전하지 못했다.


퇴근길에 미나리가 남아 있으면 한 봉지 더 사서 엄마에게 가야겠다.


부려 먹으려는 건 아니고, 그저 엄마의 미나리나물이 먹고 싶을 뿐이다.


“엄마, 미나리나물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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