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한 정류장에서 고민하는 나만의 품위
버스 정류장의 무질서 앞에서는 가끔 나의 이성의 끈이 어디까지 버텨줄지 시험받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소신 발언을 좀 해보려 한다. 자칫 잘못하면 예의 없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나는 스스로가 그리 도덕적이거나 시민의식이 투철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도저히 참기 힘든 부류가 있다. 바로 새치기하는 사람들이다.
매일 버스로 출퇴근하는 나는 정류장에서 늘 눈살 찌푸려지는 장면을 마주한다. 통계적으로 보면(적어도 내가 타는 곳 한정으로는), 연세 지긋한 분들이 새치기 대열의 선두에 서 계실 때가 많다. ‘한 줄 서기’라는 기본 질서를 모르시는 건지, 아니면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밀치며 좁은 버스 앞문으로 빨려 들어가듯 몸을 던지신다.
평소 같으면 속으로 혀를 한 번 차고 말았을 일이다. "먼저 타세요"라며 맨 끝에 올라타는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유독 피곤하고 지친 퇴근길에는 예민함의 안테나가 바짝 선다. 정말 몰라서 그러시는 건지, 아니면 오로지 본인밖에 모르시는 건지. 무질서한 어른들을 볼 때면 대체 왜 저러실까 싶어 화가 치민다.
한 번은 줄을 잘 서 있는데, 술기운이 올라온 한 할아버지께서 다짜고짜 나에게 역정을 내셨다. 노인 공경을 할 줄 모른다는 둥,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꽤 험한 욕설이 섞여 있었다. 하필 그날의 나는 배가 너무 고파 마음의 여유가 바닥난 상태였다. 아무 잘못도 없이 그런 비난을 들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날 선 목소리와 눈초리가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그 와중에 교통카드를 느긋하게 찾으시느라 내 뒤로 줄이 길게 늘어지는 민폐까지 더해지니, 이성의 끈이 끊어질 듯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성과 이성을 겸비한 어른이 아닌가. 적어도 그 할아버지보다는 나잇값을 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 대인배의 넓은 마음으로 아량을 베풀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물론 집에 돌아가자마자 분노에 부들부들 떨며 "나는 절대 저렇게 늙지 않을 거야!"라고 소리 높여 욕을 한 바가지 퍼붓긴 했지만 말이다.
모든 어르신을 비하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내가 겪은 사례 중에 그런 분들이 유독 많았을 뿐이다. 아주 가끔 마주치는 멋진 신사분들을 뵐 때면, 바닥났던 인류애가 충전되며 그간의 억울함과 노여움이 사르르 녹아내리기도 한다.
오늘도 무질서 속에 몸을 던지는 어르신들을 보며 다짐한다. 나에게도 분명 미성숙한 부분이 있을 테니 지나친 비난은 삼가기로. 그저 나는 저 길을 따라 걷지 않겠다는 약속 하나만 마음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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