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기웃거리는 사랑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늙어가는 거리감의 속도

by 사선의 기록


사춘기 아들이 신발끈을 묶어 달라며 툭 발을 내밀었을 때,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단속해야 했다.


"너는 신발끈 하나도 제대로 못 묶니?"

짐짓 엄한 목소리로 타박하면서도, 쭈그려 앉아 끈을 단단히 묶어주는 그 짧은 순간. 나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들이 있음에 존재감을 확인받는다.


우리 집 아이들은 독립성이 강한 아이들이다. 첫째에 비하면 둘째는 성향 탓인지 덜 강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편이다. 첫째는 어린아이 시절부터 "내가 할래"라며 꽤 빠르게 엄마의 손길을 거부했었는데, 난 그저 칭찬만 했던 것 같다. "스스로 할 줄도 알아요?" 하며 뭣도 모르고 칭찬 박수를 그렇게나 열심히 쳐댔다. 아쉬움에 눈물 흘릴 줄도 모르고.


반면 둘째는 첫째보다 손이 많이 갔다. 워낙 껌딱지이기도 했고, 할 수 있으면서도 "못 하겠어"라며 나를 기분 좋게 부려 먹곤 했다. 그래서일까, 나를 부르는 횟수는 여전히 둘째가 압도적이다.


요즘 나의 아침 일과 중 하나는 샤워를 마친 둘째의 머리를 세팅해 주는 일이다. 누굴 닮았는지 옆통수가 툭 튀어나와 뻗치는 머리카락을 꼭꼭 눌러줘야 한다.


"엄마, 머리 좀 말려줄 수 있어?"

"그럼, 충분히 해줄 수 있지."


나는 또 한 번 입꼬리를 단속한다. 손끝에 닿는 건 아이의 굵어진 머리칼인데, 정작 마음이 차분하게 정리되는 건 내 쪽이다.


물론 귀찮을 때도 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굳이 나를 찾아댈 때는 신경질이 날 때도 있고, 너는 이것도 못 하냐며 야단을 칠 때도 있다.


언제까지 엄마가 필요하냐고 화를 내다가도, 돌아서고 나면 언제까지고 엄마가 필요하다고 말해주길 바란다. 어릴 땐 엄마밖에 모르던 세상이 이젠 바뀐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지금 세상의 중심은 친구라서 나에게 어느새 비밀이 생기고, 온전히 나만 차지하던 시간도 친구들의 비중이 더 크게 차지할 때면 씁쓸해지기도 한다.


영원할 줄 알았던 시간들은 나의 후회를 봐주지 않는다. 지난날을 그리워만 하지 말고 오늘도 과거가 된다고, 어서 빨리 이 시간도 소중하게 즐기라고 말한다. 너의 존재는 점점 더 작아질 거라고.


나는 아직도 내 품에서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속절없이 멀어져 가는 아이들은 알까.


둘째 아이가 요즘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고 했다. 금방 주말이 돌아온다고. 내가 느끼는 속도는 더 빠르다. 단순 주말이 돌아오네가 아니다.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늙어가는 거리감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시간을 조금만 더 내어주면 안 될까.

나를 더 필요로 해 주면 안 될까.


오늘도 내 손길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아이들 주변을 기웃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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