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의식이 설계한 인셉션
신기한 꿈을 꾸었다. 평소 꿈을 워낙 많이 꾸는 편이지만, 이번엔 내용의 밀도가 남달랐다.
여러 개의 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더니, 세 번째 꿈에 이르러서는 친구들과 그들의 지인들이 한데 섞여 등장했다.
친구의 남편이 정성스레 단체 사진을 찍어주었고, 이어 그가 셀카를 찍는 장면이 스쳐 지나가며 네 번째 꿈으로 넘어갔다.
네 번째 꿈의 주인공은 아빠였다. 아빠가 꿈에 나온 것도 드문 일이지만,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으시는 표정을 본 건 태어나 처음이었다. 엄마와 아빠, 작은 외삼촌, 그리고 나. 여기에 연예인 한 명이 섞인 기묘한 조합으로 우리는 어느 아파트 안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아파트는 무척이나 신기했다. 내부에 사우나가 있는 곳은 많지만, 그곳은 사우나 로비 같은 공간 안에 가챠숍과 인형 뽑기, 심지어 코인 노래방까지 갖춰져 있었다. 특이한 건 별도의 부스 없이 기계와 마이크들만 가득했다는 점이다. 신이 난 아빠는 내게 마이크를 건네며 어서 노래를 부르자고 재촉하셨다. 하지만 노래를 하려면 티켓이 필요했다.
발권 키오스크를 찾아 예약하려는데, 이게 웬일인가.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일 뿐인데 모든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노래방 안은 텅 비어 있는데 예약만 가득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사실을 알리려 다시 안으로 들어갔더니, 다들 머리띠와 인형 탈, 선글라스를 장착하고 거울 셀카를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희한한 광경이라 생각하며 나도 슬그머니 머리띠 하나를 끼고 촬영 대열에 합류했다.
노래방을 나서자 배경은 어느덧 야외로 바뀌었고, 가족들은 사라진 채 연예인 한 명만 곁에 남았다. 때마침 연예인 무리가 우르르 지나갔지만, 내 눈엔 그저 평범한 일반인들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내로라하는 미남들이었는데도 말이다. 내 옆에 있던 연예인을 돋보이게 하려는 꿈이 설정한 장치로 나는 그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너, 정말 잘생겼구나? “
그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알았냐, 나 잘생긴 거.”
현실에선 아예 관심도 없던 연예인이었지만, 꿈속의 그는 눈이 부시게 잘생겼었다. 그 뒤로도 이야기는 이어졌지만, 화면이 페이드아웃 되듯 서서히 다섯 번째 꿈으로 전환되었다.
이 다섯 번째 꿈이야말로 소름 돋을 만큼 신기했다. 세 번째 꿈의 내용과 연결되는 '자각몽'이었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친구의 카톡 프로필을 확인했는데, 아까 본 남편의 셀카와 단체 사진이 그대로 올라와 있었다. 구도와 앵글이 너무나 똑같아 꿈에서 깬 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얘, 나 진짜 소름 돋는 얘기 해줄까? 지금 네 프로필 사진들, 내가 꿈에서 찍는 걸 봤거든! 네 남편이 찍어준 구도며 표정까지 다 똑같아서 너무 놀랐어!”
내 얘기를 듣던 친구도 깜짝 놀라며 말했다. 자기도 방금 똑같은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거짓말 말라며 내용을 맞춰보는데, 말하면 할수록 디테일까지 일치했다. 진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어 둘 다 경악했다.
이 모든 게 꿈의 꿈속에서 꾸는 꿈이었다. 나는 통화 도중 이것이 자각몽임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꾸는 자각몽이라 꿈속의 꿈을 즐기려던 찰나, 무심한 알람 소리가 나를 현실로 끌어올렸다. 조금 더 머물고 싶을 만큼 흥미진진한 꿈이었는데, 이렇게 깨어버린 게 아쉬울 정도였다.
나는 이제 현실로 돌아와 출근 준비를 한다.
아참, 꿈속에서 나와 함께 놀던 그 잘생긴 연예인은 BTS의 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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