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만 전화해~(어금니를 깨물며)

그렇게 괴롭혀서 얻는 게 뭔데~

by 사선의 기록


‘아, 좀 쉬자…….’


그토록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이건만,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음악을 끊고 통화 버튼을 누른다.


“어~ 여보~”


세상 반가운 목소리로 ‘여보’를 외쳤다. 사실 대단한 용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제 퇴근한다는 소식 전달이다.


우리는 주말부부다. 타지에 떨어져 지내니 외로워서 전화하나 보다 하며 남편에게 공감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나를 괴롭히기 위해 안달 난 사람’에 대한 기록으로 봐주길 바란다.


1차 소식 전달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벨이 울린다.


“응~ 여보~”

“짜파게티를 먹을까, 밥을 시켜 먹을까?”


배가 고픈데 뭘 먹으면 좋을지 나의 생각을 묻는다. 속으로는 ‘본인이 먹고 싶은 거 먹으면 되지 굳이 내 의견이 필요한가…’ 생각했지만 입으로는 다정하게 받아준다. 밥이 더 좋을 것 같다며 어서 더 먹고 싶은 걸로 챙겨 먹고 자라고.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전화를 끊는다.


오늘은 소중한 휴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 밥 먹여 학교 보낸 뒤, 오롯이 나만의 자유시간을 만끽하던 중이었다. 요즘 푹 빠진 웹소설을 아껴가며 한 자 한 자 읽어가고 있는데, 또 울린다.


하아……. 단전에서부터 깊은 한숨을 끌어올려 본다.


“응, 여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자꾸 뒤척여진다고. 하하하하, 돌겠네. 내 목소리 톤이 미묘하게 달라진 걸 정녕 눈치채지 못한 걸까.


“그래도 자려고 노력해야지, 여보오~”


눈을 질끈 감고 어금니를 아주 살짝 깨물어 보았다. 모른다. 그는 전혀 모른다.


겨우 전화를 끊고 배가 고파져 뭐라도 후딱 집어넣었다. 다시 이불속으로 뛰어 들어가 웹소설을 켰다. 혈당 스파이크가 왔는지 눈꺼풀이 까무룩 해진다.

이대로 낮잠을 살짝 자볼까 싶어 폰을 협탁 위에 두고 제대로 자세를 취했다.

이대로 자기만 하면 된다.


그때, 또 울린다. 돌았나 진짜아~..


“아 왜, 여보! 나 지금 잠이 들려고 했단 말이야. 무슨 급하게 할 말 있어? 낮잠 조금만 자고 들으면 안 될까? 졸릴 때 딱 자야 한단 말이야. 아니면 나 이제 못 자!”


우다다 원망 섞인 말들을 쏟아 냈더니 수화기 너머로 장난기가 가득 장전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말 별것도 아니면서 시답잖은 농담을 몇 마디 던지다 끊는다.


진짜 저걸 어쩔까. 분노에 차서 허공에 발길질을 해대다 결국 깬 김에 다시 웹소설을 봤다.


하루에 평균 8통을 그리고 1분도 넘지 않을 통화는 정말이지 내 삶의 질을 떨어 뜨린다.

이번엔 웹소설이었지만, 저번엔 드라마 정주행 중에 괴롭혔더랬다. 내 목소리의 미묘한 변화를 다 알고서도 모른 척 방해하는 남편이 곧 돌아온다.


전화가 차라리 나았다 싶을 정도로 나를 못살게 괴롭힐 그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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