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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구름 Jan 01. 2022

무조건적인, 마음의 집을 찾기 위한 여정

영화 자전거 탄 소년



아이는 집이 없다. 그런데, 집에 가고 싶다. 아이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고 싶다. 아버지는 더 이상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자신이 아끼는 자전거를 아버지가 직접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이는 계속 아버지를 믿고 싶다.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고.



사만다 아줌마라는 친절한 사람이 아이를 돌봐준다. 아이가 원하는 것, 필요한 최소한의 울타리를 만들어주지만 아이에게 언제나 여기 있어도 좋다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찰나의 온기는 있으나, 마음껏 안심되지는 않는다. 아이는 보다 강력한 그 무엇이 필요하다. 조건 없이, 경계 없이, 있을 수 있는 집을 찾고 싶다.아이는 애정을 주는 듯한 불량배 형아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 애처롭게도, 아이는 자신이 있을 곳을 찾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중요치 않다. 마음의 집을 찾기 위해, 생존을 위해, 살아갈 뿐이다.



아줌마는 나의 엄마도 아빠도 아니잖아요.



자신을 돌보아주는 사만다 아줌마를 상처 입히면서 아이가 하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왜 자신을 돌보는지에 대해 묻지만, 사만다 아줌마는 아무 말을 하지 못한다. 아이에게 언제나 여기 있어도 좋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아줌마 역시 아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는 되지 않은 것이다. 아이는 자신이 있을 곳이라고 믿고 싶었던 불량배 형아에게도 버림을 받게 된다. 그런데 실망하고 화낼 틈이 없다. '아, 이 형아도 아니구나.'



아이에게 결국 갈 곳은 사만다 아줌마네 뿐. 아줌마를 상처 입혀서 미안하다고, 항상 같이 있고 싶다는 진심을 전한다. 사만다 아줌마 역시 기다렸다는 듯 마음의 문을 완전히 열고, 진정으로 아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어쩌다 인연을 맺게 된 아줌마, 주말에 가끔 만나던 아줌마에서, 늘 곁에 있는 아줌마로, 서로의 세상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아이는 이제 웃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그럭저럭 잘 지내는 듯 보인다.



다만,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걸린다. 아이는 자신을 해하려 했던 부자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하지만 이 모든 것이 중요치 않다는 듯 툭툭 털고 너무도 의연하게 사만다 아줌마가 사 오라고 했던 숯을 가지고 집으로 간다. 사만다 아줌마의 울타리 안에서, 지금, 아이는 충분히, 괜찮은 걸까? 아빠의 일손을 덜어주며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요리 준비를 돕는 것, 불량배 형아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야구방망이를 들며 복종하는 것, 죽을 뻔한 공격을 당했음에도, 숯을 가지고 사만다 아줌마를 만나러 가는 것. 이 모든 것은, 마음의 집을 지키기 위한 아이의 생존 기술이다.



아이가 집으로 가서, 사만다 아줌마를 만나면, 아마도 사만다 아줌마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왜 이렇게 늦었는지 물을 것이다. 그럼 그때, 아이는 그냥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다고는 말하지 않기를... 아까 나무에서 떨어졌었고, 너무 아팠었고, 죽는 줄 알았다고. 그 형아 때문에 정말 정말 무서웠다고. 그래서 빨리 아줌마를 만나고 싶었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사만다 아줌마가 묻기 전에 아이가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꼭 쥐고 갔던 숯을 내려놓으며 긴장되었던 마음을 쏟아내듯 엉엉 울게 되기를. 집이 떠나가도록 울며, '아 이제 안심된다'라고 충분히 느끼게 되기를...




자전거 탄 소년(The Kid With A Bike, 2012) / 영화 / 벨기에, 프랑스 / Jean Pierre Dardenne, Luc Darde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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