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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구름 Jan 06. 2022

폴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기억을 떠올리게 도와주는 마들렌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방대한 분량의 프랑스 소설책을 감히 읽어볼 엄두를 내지는 못했지만, 소설의 주인공이 마들렌을 먹으며 잠자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는 이야기라는 것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에서는 사람들을 과거의 기억과 연결해주는 장치로 프루스트의 소설 속 마들렌을 활용하고 있다.     



폴은 2세 때 부모님의 사망을 목격한 이후로 말을 잃었다. 몸은 어른이지만, 하루하루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살아간다. 슬픔도, 기쁨도, 절망도 모두 박탈된 청년. 폴의 마비된 내면을 마담 프루스트는 한눈에 알아본다. 마담 프루스트는 마치 심리치료사 같다. 그녀의 신비로운 정원은 생명이 깃든 곳이다. 글자 그대로 식물이 많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의 죽어있는 기억들을 되살려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누군가는 행복한 추억과 재회하고 싶어 이곳에 오지만, 폴은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불쌍한 청년이므로, 마담 프루스트의 도움을 받아 자기의 뿌리를 알아가는 작업을 해나간다.  



무색무취의 기계 같았던 폴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온 기억으로 인해 행복해하고, 슬퍼하고, 때로는 감동도 받는다. 그 기억이 비록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 할지라도 괜찮다. 폴에게는 그러한 기억의 조각들, 역사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비로소 생생한 인간다움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피아노 대회에서 1~2세 때 절친을 만나는 장면



이모들의 등쌀에 밀려 참가하게 된 피아노 대회. 아마도 1세~2 때 가장 친한 친구였을 TV 속 개구리들과 함께 연주를 하는 장면은 폴의 새로운 탄생을 말해주는 듯 너무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폴은 부모를 앗아가 버린 피아노에 작은 정원을 만들며 슬픔과 분노를 수용하고 또 다른 에너지로 전환시킨다. 말을 잃었던 폴이 비로소 자신의 언어를 찾고 차가운 비의 감촉과 따뜻한 볕의 기운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여러 기억과 추억들에 대처하는 방법은 마담 프루스트의 말처럼 '수도꼭지를 콸콸 틀어서 나쁜 추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충분히 가라앉힐 수 있을' 만큼 행복의 재고량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그렇게 결정하는 것밖엔 별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피아노에 정원 만들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Attila Marcel, 2014) / 영화 / 프랑스 / Sylvain Cho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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