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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준 Dec 13. 2021

민원대 공무원의 점심시간

12시 정각 우르르 점심 먹으러 떠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

민원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민원대 공무원들은 교대로 점심을 먹는다. 주로 2교대 또는 3교대이다.

12시부터 교대로 점심을 먹거나 3교대일 경우 11시 30분부터 점심시간이 시작되기도 한다.

점심 순번을 정해 정기적으로 바꾸거나 순번이 고정되기도 한다.


각 민원대마다 운영되는 방법은 다를지라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점심시간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

민원대를 지키는 입장이든 점심을 먹는 입장이든 불편한 것은 매 한 가지다.


민원대를 지키는 입장일 경우, 민원 보랴 전화받으랴 동분서주 바쁘다. 빈자리만큼 남아있는 사람이 채워야 하기에 몇 배는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한다. 가장 난처할 때는 담당자가 없을 때 담당자를 찾는 경우이다. 점심시간에는 간단한 서류 발급은 가능하다. 하지만 담당자만이 처리할 수 있는 고유업무의 경우,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더라도 민원인 입장에서는 일부러 시간을 만들었는데 업무를 보지 못해 난감하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기에 점심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길 바란다. 흔히들, 점심시간에 한가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민원이 많다. 특히, 월요일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민원인이 많아도 공무원 수는 1명~2명이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내가 처리할 수 없는 업무일 경우, 전화로 물어가며 처리하기도 한다. 엄연히 휴식시간이지만 쉬지 못하고 업무를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양측 모두 난감한 상황이다.


점심시간에 자리를 비워도 마음이 편치 않다. 언제 전화가 걸려올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공무원이 되고 생긴 버릇 중에 하나가 점심시간에 벨소리 최대치로 키우는 것이다. 혹시라도 회사 전화를 받지 못할까 봐 조바심에 생긴 버릇이다. 그리고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식사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가끔, 점심을 먹다 회사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생긴 버릇이다. 아예 점심을 탕비실이나 빈 회의실에서 도시락을 싸와 먹기도 한다. 차라리 회사에서 밥을 먹으면 민원을 즉시 나가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민원대는 한 명이라도 빠지면 그 빈자리가 몇 배로 더 크게 느껴진다. 끊임없이 방문하는 민원을 즉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시간 중 가장 마음이 편할 때가 점심시간이 끝나고 난 뒤이다. 모든 사람이 제자 리를 지키고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하다. 어떤 민원이 와도 담당자가 바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 마음 편히 밥을 먹은 적이 손에 꼽힌다. 항상 핸드폰을 가까이에 두고 수시로 확인을 하며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해졌다. 현재 내 점심 교대시간은 오후 2시이다. 2시에 밥을 먹으면 저녁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아 배불리 먹지 못한다. 소화가 되지 않아 저녁을 대충 먹게 된다. 악순환을 타파하고자 점심을 적게 먹게 되었다. 바나나, 달걀, 두유 등으로 배고픔을 가라 앉히는 정도로 점심을 때우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먹지 못하고 점심을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12시에 식사를 하면 오히려 소화가 안될 지경이 되었다.


민원대 공무원에게 자유로운 점심은 오직 주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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