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오늘부터 내가 담당자?!
한 장 짜리 인수인계
최근 유행하는 웹소설 제목 같은 일이 공무원 사회에서는 비일비재하다.
'하루아침에 눈 떠보니 오늘부터 내가 담당자?!'라니..
숨이 턱 막힌다.
내가 생각하는 공무원 퇴사 사유 중 하나가 바로 체계 없는 인수인계이다.
내가 속한 지차제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보통 인사발령일 2~3일 전에 전보자와 이동할 부서가 발표 난다.
운이 좋으면 이동할 부서에서 연락이 와 속할 팀과 담당할 업무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운이 나쁘다면 인사발령 당일이 되어 이동할 부서에 도착해서도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하고 덩그러니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 있다.
내가 바로 그 운이 나쁜 당사자이다.
4시가 넘어서야 담당업무가 정해지고 6시가 넘어서 다른 곳으로 전보 간 전임자에게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인수인계받았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단어와 처음 써보는 시스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둘러쌓고 있는 서류 더미들.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라고 한다. 눈이 튀어나올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제가 이걸 할 수 있을까요?' 밤 8시가 지나도록 이어진 인수인계 중 답답한 내 마음속 소리가 튀어나왔다.
전임자는 예상했다는 듯 푸스스 웃었다. 그리고 이어진 섬뜩한 말 한마디.
본인은 3개월을 울면서 다녔다고 한다. 막막했다. 나도 지금 울 것 같은데요?
3시간의 인수인계와 몇 장 짜리 인수인계서를 가지고 나는 당장 담당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
아는 것은 쥐뿔도 없는 내가, 지나가는 민원인보다 모르는 내가 그렇게 담당자가 되었다.
다시 신규 공무원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민간인에서 하루아침에 나랏돈 받는 공무원이 되어 혼란스럽던 신규 공무원이 되었다.
끔찍한 건 이런 경험을 빠르면 6개월 늦으면 2년마다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재직기간은 늘어나는데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쳇바퀴처럼 이런 일들이 퇴직할 때까지 반복된다.
이 얼마나 처참하고 끔찍한 일인가.
모르는 일이 생길 때마다 전임자에게 전화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전임자가 같은 부서에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인수인계서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같은 직렬이라는 이유로 한 장 짜리 인수인계서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휴직이나 면직한 경우라면 비슷한 업무를 하는 현직자에게 전화를 돌려 가르쳐 달라 사정해야 한다.
내가 생각했던 회사는 이게 아닌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이 밀려온다.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교육조차 진행되지 않고 담당 업무에 대해 숙지할 인수인계가 보장되지 않는 공무원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 회사에 충성할 수 있는가.
업무만 생각하면 턱 끝까지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다.
내가 감정 없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오늘도 내일이 오지 않기를 기다리며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