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침대에 누워 하릴없이 휴대폰을 만지다 잠드는 날이 대부분이다. 내가 생각한 멋진 직장인의 삶은 이게 아닌데. 체력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고, 교양을 기르기 위해 책을 읽고, 쉬는 날에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며 한두 가지의 취미를 가진 주체적인 삶을 사는 어른이길 바랬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루 종일 사람에게, 업무에 시달리고 정시퇴근은 특별한 일인 듯 매일 초과근무가 지속되는 매일이다. 머리로는 조금이라도 운동해야 하는데,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저 생각의 꼬리만 물다 하루가 끝난다. 주말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평소보다 느지막이 일어나 눈 뜨자마자 핸드폰을 만지고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하면 어슬렁 침대 밖으로 나와 늦은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무의미한 티브이 시청과 티브이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에 드는 것뿐. 이러한 무기력한 직장인의 매일이 어떻게 하면 활기를 되찾을 것 인가.
어쩌면 우리는 우리에게 또 다른 업무를 지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충분한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지만 쉬는 날마저 무언가를 해야 하고,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는 게 아닐지 모른다. 마치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거나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면 남들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압박하고 옥죄여오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숙제를 미루는 아이처럼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조금 무기력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얼러 만져주어야 한다. 요즘 ‘뭐뭐 해도 괜찮다’라는 에세이가 유행하는 이유도 모두가 지쳤기 때문은 아닌지 모른다. 오히려 무기력이 나를 충전시켜 주는 것일 수 있다. 무기력이 활기로 바뀌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를 풀 사이를 뛰어다니는 양처럼 방목해야 한다. 마음껏 뛰어놀던 양이 지쳐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무기력한 나를 그저 바라보기로 했다. 언젠가 스스로 답을 찾아오길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