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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준 May 28. 2021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

숫자가 주는 부담은 날로 커진다. 벌써 5월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2021년. 많은 일이 났고 생각지도 못한 사건으로 많은 것을 하지 못한 해이다. 새해가 시작되면 늘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한 달에 한 권씩 책 읽기, 영어 공부하기, 매주 3일 운동하기 등등 새해에 맞춰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목표를 작성한다. 하지만 늘 실패한다. 그리고 12월이 되면 항상 초조하다. 올해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지나가는구나. 심지어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계획이 무산되었다. 요가 학원을 등록하려 했지만 코로나 19가 발생하여 등록하지 못했다. 미리 사놓은 요가복은 여전히 택이 달린 채 옷장 안에서 빛을 보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외 목표는 코로나 19와 관련이 딱히 없다. 그저 내 의지 문제인 것이다. 코로나가 잡힐 듯 잡히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년 새로운 목표 다짐이다. 날짜가, 시간이 주는 압박이 없다면 어떨까?     


어느 유명인이 다이어트에 관해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다이어트는 월요일이 아닌 어중간한 날에 시작하라고. 어쩌면 다이어트가 아닌 모든 목표,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는 시간이 주는 압박에 너무 쫓기고 있다. 항상 새해에는 뭘 해야 하고 이런 나이에는 이러한 일을 달성해야 하는 성과주의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굳이 새해가 아니어도 시작할 수 있고 나이가 어떻든 이룰 수 있다. 오늘부터 운동을 시작할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30대에도 대학을 다시 갈 수 있다. 나이가 주는, 세월이 주는 압박에 조금만 벗어나도 우리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2021년에 30대가 되었다. 벌써부터 주위에서 30대에는 결혼해야지, 30대에는 얼마 이상 모아야지 등등 나이에 관한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굳이 30대라고 해서 주위에서 기준을 세운 30대 어른이 되어야 할까. 나는 아직도 내가 어린아이 같다. 그저 내 나이가 30이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게 올바른 길일까?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고 가는 길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느리고 다른 사람은 고속도로로 갈 때 나는 국도로 갈 뿐이다.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각자의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게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생각은 내가 환갑이 되어도 바뀌지 않길 바란다. 유럽여행을 가고 심야영화를 보고 해안도로를 달리며 드라이브하는 60대가 되길 바란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면 어느새 내가 꿈꾼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하루에 한 장씩 책을 읽으면 어느새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고, 하루에 한 단어씩 영어단어를 외우면 어느새 몇 백 개의 단어를 외울 수 있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내일부터, 다음 주부터, 새해부터라는 조건을 달지 않고 지금 당장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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