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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Jun 02. 2019

찾아라 드래곤 볼, 찾아라 나의 꿈

지극히 사적인 브랜드는 시작될 것인가

소원을 이루어주는 준비물

만화 <드래곤볼>을 보면 주인공 손오공이 세상에 흩어진 일곱개의 드래곤볼을 모아 소원을 이루고자 한다. 지난 한 달 ‘why가 있는 브랜드’라는 주제로 두 편의 글을 쓰고 나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내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준비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최근 그 첫 단추를 꿸 수 있었다. 손오공이 드래곤볼을 모으듯 내 브랜드의 대표 상품이 될 지도 모르는 가죽공예 작품을 위한 도구를 모은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친 일상의 끝에 찾아온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보다도 막연하고 희미했던 작년 여름, 회사 업무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2년 간의 일상 밸런스를 정상화시킨 뒤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그동안 미뤄왔던 자기계발이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강렬한 열망을 느껴왔던 나는 토요일에는 의류제작을, 일요일에는 가죽공예품제작 과정을 신청해 한꺼번에 시작했었다.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른 고운 소가죽이여.


왜 하필 가죽공예였을까

두 가지 과정 모두 하나는 천에서, 하나는 가죽에서 일상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에서 동일했지만 어쩐지 의류제작은 영 쉽지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렇다고 해도 사람의 노하우와 스킬이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아무리 옷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고 하지만 옷을 직접 만드는 일은 앞으로 지속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가죽공예는 달랐다. 어느 정도의 꼼꼼한 성향만 뒷받침된다면 어느 누구든 기대한 수준의 퀄리티를 만들어 낼 수 있을만큼 장벽이 높지 않았으며, 내가 만들어낸 소지품들도 꽤나 쓸만했다.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소가죽의 질감과 거기서 느껴지는 빈티지한 감성, 상대적으로 쉬운 창작 과정의 매력에 단시간에 매혹되었다. 하지만 앞선 모든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작은 구멍에 바늘을 끼워 실이 왔다갔다 하면 가지런하고 반듯한 마감이 완성되는 바느질 구간이 생각보다 나에게 엄청난 행복감을 주었다는 점이 가죽공예에 더욱 푹 빠지게 만들었던 것 같다. (바느질 시간에 행복을 가득 머금고 선생님을 바라보니, 선생님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보셨다 ㅎㅎ)


바느질 시간을 제일 사랑했던 독특한 학생


드래곤볼 모으기 1. 메인 준비물

여름에 한껏 빠진 가죽공예에 대한 관심은 가을까지 지속되었다. 마침 작년 가을쯤 시기 좋게 열린 핸드메이드페어에서 나는 아름답고 커다란 소가죽 2장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핸드메이드페어는 1년에 두 번쯤은 항상 방문하는 루틴한 스케줄이었고, 구경하고 지나가면서 페어에서도 가죽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전문 가죽 시장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던 것도 운이 좋았다. 가죽만큼이나 중요한 과, 역시 없어서는 안될 본드는 며칠 전 성수동 가죽거리에서 눈으로 보고 직접 구입했다. 구입한 가죽과 가장 비슷한 색상을 찾기 위해 굳이 오프라인으로 발품을 팔아봤는데, 생각보다 부자재를 파는 곳이 거의 없었다. 구매한 매장 언니에게 물어보니 부자재는 성수동보다 신설동에 많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색상의 고퀄리티 실을 얻을 수 있어 나름의 수확이 있었다. 또한 가죽공예 준비물 중 가죽만큼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전문 도구들이다. 가죽에 실구멍을 내는 도구는 쇠로 만들어져 있고 종류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구해야할지 얼마를 지불해야할지 가장 어려웠었는데 가장 쉽게 해결되었다. 나의 가죽공예에 대한 관심을 알게된 팀장님께서 본인이 예전에 사용하다 지금은 쓰지 않는 도구들을 대부분 물려주셨기(?) 때문이다. 바늘 역시 예전에 가죽공예를 잠깐 배웠을 때 빌려두고 아직 갚지 못한 채 내 소지품으로 남아있어 불로소득처럼 자동으로 얻어진 준비물이 되었다.


메인 드래곤볼 소개 -


드래곤볼 모으기 2. 부가 준비물

가죽, 실, 바늘, 도구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라고 외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 잠시 반성해본다. 앞서 말한 준비물이 메인이긴 하지만 이것들만 갖춰서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스케치 후 도안작업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잘 오려진 가죽에 바늘을 꽂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안 단계에서 필요한 준비물은 1mm 간격까지 표시된 도안지, 쇠로 된 30cm , 그려진 도안을 간결하게 오릴 수 있는 커터칼, 그리고 내 책상과 바닥을 보호할 수 있는 고무판 정도이다. 자나 칼은 집에 있는거 쓰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도안지 뿐만 아닌 두껍고 질긴 가죽도 함께 오려내야하는 것이기에 기꺼이 새로 구매했다. 이후 공정 단계에서 필요한 사포까지 미리 구입해두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부가 준비물은 접근성이 좋은 동네 문구점에서 모두 구매했다.


서브 드래곤볼 소개 -


마지막 준비물들

많이 산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직 멀었다. 수공예의 세계는 손도 많이 가지만 품도 많이 드는구나..를 점점 느껴간다. (가죽가방을 직접 만들고 싶은가? 아이러니하게도 비싸더라도 완제품 구입하는게 훨씬 가성비가 좋다) 공정 단계에서 필요한 가죽표면 마감재, 열고 닫기를 가능하게 하는 지퍼나 잠금장치 등의 부자재, 제품 사이에 들어가는 안감(TC면) 등... 대충만 떠올려봐도 아직 구비하지 못한 준비물들이 참 많다. 그것은 이후에 필요를 파악해서 추가로 구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가장 큰 준비물이 남았다. 바로 내가 가진 준비물을 활용해서 포기하지 않고 무엇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용기와 끈기! 최근부터 다시 바빠지기 시작해서 언제 스타트를 끊고 언제 마무리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브런치에도 연재하며 부스터를 내 보려고 한다. 또 새로운 일을 벌려버린 나 녀석, 힘 내!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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