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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Sep 05. 2021

불도저 인간이 무턱대고 옷 만든 이야기

로망 실현 ! 내 손으로 옷 지어 입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요정 할머니들과 동물 친구들  옷을 모아 신데렐라의 드레스를 지어주는 부분이다.


찰랑한 원단이 감기 바늘은 춤추듯 바느질을 하며, 리본이 한 바퀴 휙 둘러지면서 부드럽게 묶이는.

세일러문의 변신과도 같은 뿅스러운 느낌으로 가득하지만

손수 옷을 짓고 싶은 로망이 있는 나에게는 누가 뭐래도 느낌표 다섯 개짜리 명장면이다.


출처_ 네이버 블로그 짜잔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의 옷은 렇게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해 봤다. 구조적으로 간단해 보이는 옷도 조각조각이 모여 유기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재봉을 접한 지 어느덧 1년이 시기. 드디어 나도 나만의 옷을 직접 만드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위 글에서 이어집니다.

왕초보임을 감안하시고 흐린 눈으로 봐주시기를!)




STEP 1. 재료 준비하기


혹시 망쳐도 덜 슬프도록 원단엔 돈을 들이지 않았다. 잘 입지 않는 면 소재의 화이트 원피스를 과감히 해체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뷔스티에 한 벌을 만들고도 여유 있게 남을 만한 정도의 원단이 준비됐다.

부자재로는 어깨끈, 작은 단추, 레이스 정도가 필요했고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골랐다.




STEP 2. 패턴 그리기


패턴이란 옷 제작에 필요한 본이다. 만약 우리가 가진 옷의 이음새를 분리한다면 그 떨어진 단위가 패턴일 수 있다.

뷔스티에의 경우 크게 앞판(가슴)과 뒤판(등), 가로로 긴 사각 형태의 아랫판 패턴이 필요했다.

사이즈와 핏을 결정하는 단계이기에 신중하게 작업했으나, 제대로 배운 적은 없어 느낌적인 느낌으로 본을 땄다.


패턴은 모눈종이를 사용해 제작합니다


STEP 3. 재단하기


패턴이 픽스되었다면 원단에 패턴을 고정한 뒤 잘라 옷을 구성할 조각들을 만든다.

안감을 넣는 것은 내 기준 오버스펙이었기에, 가슴과 등 부분은 두 장을 겹쳐 비침을 방지하고자 했다.

앞판과 뒤판은 각 2장씩, 아랫판만 홑겹 1장으로 자르자.




STEP 4. 재봉하기


앞판과 뒤판은 겉감끼리 마주 보게 겹친 뒤 사방을 재봉해 결합한다. 본판에는 프릴(주름)을 넣어준다.

합쳐진 앞판과 뒤판에는 각각 단추를 달아주고, 어깨끈에는 단추 구멍을 뚫는다.


앞판에 어깨끈을 달고 단추를 달아준 모습


앞판과 뒤판의 옆선을 연결해 원통 모양의 윗판을 만든다.

프릴을 잡은 아랫판을 윗판과 결합해 뷔스티에의 모양을 잡아준다.


윗판과 아랫판 결합을 위해 고정시킨 모습


STEP 5. 마무리하기


원단 끝의 올 풀림 방지가 필요한 부분은 원단을 말아 접어 재봉해 깔끔하게 마감해 준다.

장식이 필요한 부분에 레이스를 달아 마무리하면 끝!


(좌) 참고한 기성품 (우) 사소한 완성품





샘플 1벌과 완성품 1벌을 만들기까지 보름 정도를 고민했고, 완성품의 경우 2~3시간씩 할애해 3일에 걸쳐 했다.

실을 뜯어 다시 재봉하는 것은 비일비재했고, 재봉틀의 바늘을 두 번 부러트리기도 하는 피땀 눈물과 삽질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목표로 던 기성품과 제법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었고, 도저히 입지 못해 휴지통으로 보낼 정도는 아니라는 점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무엇보다 반복되는 한숨과 흐르는 땀방울, 목 관절의 아픔을 딛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에 박수를!


제대로 할 줄도 모르면서 의욕만 잔뜩 앞서는 인간이기에

'무식이 용감한 뷔스티에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다. 체계와 순서를 무시하고 시작했으나, 그랬기에 어떤 결과물이라도 내 손에 넣었으니 나름 만족스럽다.


이리저리 재지 말고,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 말고

가끔은 대책 없이 무엇이라도 시작하고 들이받아보자.

가볍게 시작했기에 실패는 없을뿐더러,

한층 더 성장하는 경험과 생각보다 쓸만한 결과가 나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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